어쩌면 가장 젊은 웰다잉 가이드: 정부의 웰엔딩 사업

매일, 내 죽음을 미리 들여다봅니다.(5)

by 팔구사이


어느 1인 가구의 마지막 질문: "나의 장례식은 누가 치러줄까?"


'혼자'가 보편화된 시대, '함께' 마지막을 준비하는 지자체의 품격에 대하여


가끔 늦은 밤, 적막한 방 안에서 불현듯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만약 내가 지금 이대로 예고 없이 떠난다면, 누가 가장 먼저 알게 될까?'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 '나의 마지막 가는 길은 누가, 어떻게 정리해 주게 될까?'


1인 가구가 500만을 넘어 1,000만을 향해가는 시대입니다. 비혼, 이혼, 사별, 혹은 그저 '나 혼자'의 삶을 선택한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방에서 오늘을 살아냅니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영화를 보고, 혼자 아픔을 견디는 일은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끝내 익숙해지지도, 감히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것이 있다면 바로 '혼자 맞이하는 마지막'일 것입니다.



'고독사'라는 단어가 더는 남의 일처럼 들리지 않는 사회.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옅어지고 관계가 파편화된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죽음을 준비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숙제가 되었습니다. 막연히 '가족이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했던 장례나 연명의료 같은 문제들은,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멀리 떨어져 있거나, 혹은 관계가 소원한 이들에게는 거대한 불안으로 다가옵니다. 과거 우리는 이 모든 짐을 '개인'과 '가족'의 몫으로만 남겨두었습니다.


하지만 그 몫을 감당할 사람이 없다면,
그 마지막은 어떻게 되는 걸까요?




놀랍게도, 이 무거운 질문에 '사회'가, 그리고 '지자체'가 응답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죽음'이라는 단어를 애써 외면하던 공공의 영역에서, 이제는 '잘 마무리하는 삶(Well-Ending)'과 '존엄한 죽음(Well-Dying)'을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부천시에서는 '웰엔딩 지원센터'를 통해 시민들이 삶의 마무리를 스스로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문화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히 장례 절차를 지원하는 것을 넘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나다움'을 잃지 않도록 선택권을 주는 문화적 전환을 의미합니다.

더욱 구체적인 움직임도 많습니다. 서울의 여러 자치구에서는 '찾아가는 웰다잉 상담소'를 운영하거나, '사전 장례 의향서' 작성을 돕고 있습니다. 아직 건강할 때, 명료한 정신일 때 나의 마지막을 스스로 디자인할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쁜 직장인들을 위해 토요일에도 문을 여는 '연명의료 상담소'(서울 강서구) 이야기였습니다. "나는 어떤 의료 행위까지 받겠다, 혹은 받지 않겠다." 이 중대한 결정을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지 않도록 돕는 것입니다. 또한, 홀로 떠날 것이 걱정되는 이들을 위해 '누가 나의 장례를 주관했으면 좋겠다'고 미리 지정해두는 '사전 장례 주관 의향서'(서울 강동구) 프로그램도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제도들은 차갑게만 느껴졌던 '무연고 사망'이라는 단어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습니다. 적어도 내가 살아있을 때 스스로 정해둔 틀 안에서, 나의 의사가 존중받으며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까요.


우리는 왜 지자체의 이런 관심에 주목해야 할까요?


첫째로, 이것은 공적 복지의 당연한 확장입니다. 가족의 형태가 이토록 빠르게 변하고 있다면, 복지의 형태 또한 그 속도를 따라가야 합니다. 과거 가족이 맡았던 돌봄의 빈자리를 이제는 사회가 함께 채워야 할 때입니다.

둘째로, 이는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현명한 방법입니다. 한 사람이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났을 때, 그가 남긴 물건, 공간, 그리고 장례 절차는 고스란히 사회의 몫이자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미리 준비하는 과정은 이러한 혼란과 부담을 최소화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입니다. 바로 '개인의 선택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떻게 떠나고 싶다"는 의향을 미리 정리해 두는 것. 이는 남겨진 이들의 갈등을 줄여줄 뿐만 아니라, 떠나는 순간까지 나의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멉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이 아직 낯설고, 특정 지역에 한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몇 가지 바람을 더해봅니다. 특히 저와 같은 1인 가구들을 위해 '사전 장례·의료 의향서 작성' 워크숍이 동네마다 주기적으로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고독사 위험군을 조기에 발견하고, 미리 등록된 장례 주관자나 지역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촘촘한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언젠가는 연명의료 의향, 장례 방식, 하다못해 내가 아끼던 물건들을 어떻게 정리해 주었으면 하는지까지 하나의 앱에서 간단히 등록하고 수정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 생기길 기대해 봅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더 이상 고령층만의 숙제가 아니라, 40대, 50대, 아니 30대부터 "나의 삶을 잘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문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웰다잉'을 준비하는 것은 죽음을 재촉하는 우울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삶을 가장 존중하는 방식이며, 마지막까지 나답게 살기 위한 능동적인 준비입니다.



지자체가 만들어가는 '마지막을 위한 품격'은, "당신이 홀로 살아왔을지라도, 당신의 마지막 길은 결코 홀로 두지 않겠다"는 우리 사회의 따뜻한 약속이자 선언입니다.

우리의 삶이, 홀로 남겨지는 불안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이어지는 존중과 의미로 기억될 수 있기를. 우리 사회가 그런 따뜻한 마무리를 약속해 주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