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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눕 Nov 22. 2023

너의 슬픔에 공감하는 줄 알았어

유도 분만 하러 들어간 옆 부서 직원의 소식이 한참이 지나도 들리지 않았다. 유도분만이 잘 안 되어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소식을 끝으로, 깜깜무소식이었다.  


별일 없겠지? 싶으면서도 신경이 계속 쓰였다.


절친한 사이는 아니었으나 부서 간 협업이 많은 관계로 미팅도 업무도 꽤 많이 함께 하던 동료였다.   그녀와의 마지막 미팅 날, 서둘러 미팅 준비를 마치고, 급히 나가서 케이크를 하나 사서 종종걸음으로 들어왔다.  미팅 후 모두가 함께 순산을 기원하며 그녀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첫아이 출산이라 기대반 두려움 반이라는 그녀는 평소 성격답게 그저 차분히 아이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예쁜 아가를 기대하며 나도 팀원들과 함께 들뜬 마음으로 출산 선물을 이것저것 고르고  있던 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예정된 휴가 날보다 한참 먼저,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출산 휴가에 들어갔다.  그렇게 이틀을 넘게 기다렸지만, 출산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메시지를 남겨볼까 고민하다 서둘러 미팅에 들어갔다.  미팅 중에 그녀와 같은 부서 직원에게 전화가 왔지만 받지 못했다.  드디어 출산 소식을 전하려나 보다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미팅이 끝나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 선생님, 어떡해요. 아기 잘못됐대요.”

“네??  말도 안돼요................”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 게 느껴졌다.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순식간에 차오른 눈물이 흘렀고 수화기 너머 직원도 나도, 그저 소리 없이 한참을 울었다.  서둘러 퇴근해야 했지만, 좀처럼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어 한참을 책상에 앉아 눈물을 훔쳤다.


엄마가 된 이후엔 드라마나 영화에서 아이가 아프다고 하는 장면만 봐도 마음이 저리고 금세 눈시울이 붉어진다. 아이를 잃는다는 건,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헤아려지지 않는 슬픔이다.


퇴근 후 만난 아이를 괜스레 꽉 안아주었다.  그저 오늘 하루도 건강히 무사히 잘 지내준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저녁 식사 후 아이는 여느 때처럼 엄마와의 독서 시간을 제안했다. 저녁 식사 후 주방을 다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아이가 원하는 대로 독서 시간을 먼저 갖기로 했다.  마침 새로 빌려온 이슬아 작가 책이 있어서 서로 좋아하는 책을 각자 읽어 내려갔다.


한참이 지났을까?

이 책 왜 이리 웃기지?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결국 작가가 군부대에 가서 강연과 노래를 부르게 된 에피소드에서 나는 박장대소를 하였다. 한참을 소리 내어 웃다 문득 소름이 끼쳤다.


‘ 나 오늘 슬펐는데....

심란한 마음에 입맛도 없어서 아깐 밥도 잘 못 먹었잖아.  집에 오면서도 계속 마음 아팠는데...'


그녀의 아픔과 슬픔이 느껴져 함께 마음 아파하던 나였으나, 불과 몇 시간 만에 박장대소하는 내가 생각할수록 당황스럽고 소름 끼쳤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 전까지 슬퍼했던 사람에게서 나오기 힘든 쾌활한 웃음이었다.  물론 당사자의 슬픔에 당연히 비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아픔으로 나도 오늘 하루 충분히 슬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아픔을 공감하며 함께 슬퍼했다는 것은 나의 착각이자 오만이었다.  


말하기보다 들어주는 게 더 익숙한 나는, 스스로 공감능력이 좋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실컷 들어준 후 충분히 공감했다 여기며 어설픈 위로도 전했다.  


누군가의 감정 상태를 온전히 공감한다는 것은 당연히 어렵기도 한 일 이기로서니와 어쩜 불가능한 일이기도 한 듯하다.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공감할 수 있었다고 느꼈던 나의 마음은 사실 턱없이 부족한 공감이었을 테다. 그렇게 나의 오만함 앞에 다시 한번 또 고개가 숙여졌다.


지금 그녀는 얼마나 아플까?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지만, 그녀의 얼굴을 떠올려보니  마치 산속 출렁다리에서 추락해 깊은 어둠 속으로 하강하는 듯한 아찔함이 느껴져 고개가 절로 저어진다.


그녀의 마음이 조금 추스러지고 나면 나는 뭐라고 위로를 건네어야 할까?

어떤 말을 전하면 조금이라도 힘이 날까?

그저 이 힘든 시간을 그녀가 잘 이겨낼 수 있도록 기도하는 수 밖에는 달리 떠오르는 방법이 없다.

슬프신가요? 이슬아 작가의 신간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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