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경기도의 신도시에서 이십 년 넘게 살았다. 강북구에는 작년 가을부터 살기 시작했다.
강북의 하늘에는 반드시 전깃줄이 걸려있다. 골목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나고, 사람들은 커다란 고무다라이에 더 큰 나무를 키워 그늘을 만들고, 촘촘한 길들이 새로운 곳과 오래된 곳을 아무렇지 않게 연결한다. 사람들이 골목의 공간을 접고 또 접어서 활용하는 모습을 보며 걷다 보면 내가 이곳에서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넓은 도로가 갑자기 좁아지고는 해서 늘상 시끄러운 거리가 많고, 언덕은 더 많다. 그렇게 걷다가 오르막길에 서면 멀리서 커다란 산들이 병풍처럼 도시를 두르고 있다.
공간과 시간이 중첩되면서 쓰임과 이름이 새로워지는 속도를 보면 서울은 정말 빠른 도시다. 역 근처 노점에서는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김을 즉석에서 굽고 그 옆에서는 바퀴벌레약이나 양말, 신발 깔창 같은 것을 리어카에 쌓아놓고 파는데, 그 뒤 건물에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JAJU 매장이 새로 생겼고 대형 ‘드러그 스토어’ 올리브영, 롭스 매장이 끊임없이 모습을 바꾼다. 에스컬레이터 때문에 장 볼 때 너무 불편한 이마트 미아점은 2006년까지는 신세계 백화점이었고, 산책하러 가기엔 조금 먼 북서울 꿈의 숲은 2008년까지는 드림랜드였다고 한다.
매일 아침 출근길 골목가에 털퍼덕 앉아 햇빛을 쬐는 할아버지를 지나칠 때나, 종이 박스를 가득 실은 리어카가 도로 한가운데에 묶여있는 모습, 그리고 멀리 장쾌하게 솟은 불암산의 커다란 바위 절벽에 익숙해져 가는 것을 보면, 나도 조금씩은 서울 사람이 되어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