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에 찍어뒀던 문장인데, 작가 신이현이 프랑스와 독일 국경의 시골 마을 알자스에 사는 시부모의 주방과 텃밭을 경험하며 이들의 음식과 술에 관해 쓴 책 <알자스>의 일부다. ‘올리브기름에 조린 닭 요리’가 메인인데, 여기에는 우유 빵 요리를 곁들여 먹는다고 한다. ‘썰지 않은 우유 빵을 북북 찢어 거기에 우유를 뿌려 적셔 둔 뒤 잘게 썬 파와 계란으로 슬쩍 버무려 기름에 지지는 요리’. 맛은 단순하면서 향이 무척 좋을 것 같다.
작가는 그들의 ‘맛’을 우리말로 적어 내려가면서 먼 유럽과 유럽의 이방인인 자신과 자신의 새로운 가족을 엮었다. 나는 작가의 문장을 통해 낯선 세계의 ‘맛’을 상상하는 것으로, 가장 먼 곳의 일상과 삶을 생각하게 되었다. ‘박하 죽’, ‘치커리 커피’, ‘까막까치 밥 잼’, ‘월귤나무 열매 파이’, ‘송어 샐러드’ 같은, 낯선 재료로 만들어진 익숙한 요리의 이름들 만으로 마치 누군가가 가장 먼 곳에서 나를 부르는 듯 설레었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시장에 가고, 자전거를 타는 것 같은 단순한 일들이 전혀 다른 공간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참 멋진 일인 것 같다. 낯선 곳에도 계절과 햇빛, 식탁이나 숲 같은 것이 있으니까, 언제든 떠나도 좋겠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커피 한 잔 놓고 문장을 따라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알자스. 신이현 지음. 랜덤하우스 코리아.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