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위로 대신

by 팔이칠

나는 성격이 밝은 편입니다

아니, 그렇게 보입니다

사실은,

견딜 수 없이 어둡고 침울한 나를

필사적으로 감춰야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무거운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걸 꺼립니다

상대방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우울한 식탁에 앉힌 뒤,

위로를 내어오라 재촉하는

주객이 전도된 나쁜 주인장이기 싫습니다


혹여나 위로를 건네받는다고 한들

나에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마음을 더욱 허기지게 만들 뿐입니다

나는, 누군가 호의로 차려낸 정성에

고작 반 개의 별점을 매기는 파렴치한입니다


위로받는 일은,

위로받아야 하는 이유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것이 싫어 연락을 끊습니다

위로가 필요했다는 사실조차 잊어야만 합니다

나의 속과 동색인 어둡고 캄캄한 곳을 찾아

더 깊이 숨어 들어가 문을 걸어 잠급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억지로 문을 열기 위해 애쓰지 않고

앞에 가만히 앉아 시시껄렁한 농담을 던지는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나를 위로하지 않습니다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하루를 살아가게 할 뿐입니다

내가 함께 웃고 떠들기를 묵묵히 기다릴 뿐입니다

나는 위로받지 않습니다

내일도, 오늘 같은 하루를 살아가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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