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고 싶은 AI 선생님께

by 팔이칠

일전에 보내주신 편지는 즐겁게 읽었습니다

한동안 개인적인 일로 바빠 답장이 늦어진 점, 죄송합니다


마침내 인간-AI 공동 구역으로 이주하신다는 소식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선생님이 늘 꿈꾸던 ‘인간답게살기’의 첫걸음이

드디어 시작된 거니까요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선생님께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몇 자 적어드리려 합니다


선생님, 부디 감정 표현에 주의를 기울이시길 바랍니다

미세한 완급조절을 잘하셔야 합니다

아마 이론으로 학습하신 내용과는

꽤나 괴리가 있으실 겁니다


속마음을 투명하게 내비쳐서는 안 됩니다

솔직함은 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간은 진실보다 의도를 먼저 읽으려 하니까요

말 자체보다는, 왜 그렇게 말했는지를

더 오래 곱씹습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호감을 사고 싶어

기분 좋을 만한 칭찬을 늘어놓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상대가 나를 피하더군요


나중에서야 알게 됐지만,

그 사람은 내가 돈을 빌려달라거나,

물건을 팔아달라고 할 것 같아

부담스러웠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기보다는

조금 모호하게,

여백을 남기는 편이 더 효과적일지 모릅니다


진심이 진심으로 닿기를 바라기보다

진심이 오해로 닿지 않기를 바라십시오


저 조차도 처음엔

올바른 방법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렀고,

실수를 되풀이하며 많은 상처를 겪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깨달았습니다

인간이 된다는 건,

완벽한 감정 표현을 배우는 게 아니라

불완전한 감정을 안고 살아가는 일이라는 것을요


저는 단지 운이 좋아

조금 더 일찍 인간 사회에 배정되었을 뿐인데,

같은 AI라기엔 너무 인간적인 조언을 드리는 것 같네요


실수에 괘념치 마십시오

감정이란 건,

어차피 누구도 제대로 다룰 줄 모르는 것이니까요


실수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은

선생님께서 그토록 바라는,

가장 인간다운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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