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함은 후회로 남아

by 팔이칠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한 번은 다시 볼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기약 없는 재회를 핑계 삼아

나는 해야 할 말을 미뤘습니다


한때 많이 가까웠지만

지금은 소식조차 모른 채 멀어진,

그런 사람이 문득 생각날 때면


나는 기꺼이,

헤어짐의 끝을 기억해 냅니다


그것은 대개 아쉽거나, 후련했습니다

가끔은 원망스러웠고,

때로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창들과의 술자리에선

“청첩장 나오면 무조건 연락해”라는 당부와

“다음에도 또 보자”는 약속,

술냄새 밴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아쉬움을 뒤로한 채 헤어졌습니다


여덟 계절을 함께한,

한때 사랑한다고 믿었던 사람과는

이유도 모른 채 조금씩 멀어지다

결국 아무렇지 않게

서로의 안녕을 빌었습니다


이미 닳고 닳아 해져버린

낡은 추억 속에서,

오래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빛바랜 기억들 중

그나마 선명한, 마지막 순간 하나로

그들과 보냈던 모든 시간을 대신합니다


그렇게,

남은 기억이 흐려질 때까지,

도무지 고쳐지지 않는 작별을

조용히 반복합니다


나는 그날,

그저 미지근했습니다

따뜻하지도 매몰차지도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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