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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 GARDEN Dec 14. 2023

[시 詩] The Origin of Lie

자유 작문 Free Composition









 The Origin of Lie





 너와 내가 등을 맞대면

 우리는 완벽한 구(球)처럼 보일까

 배가 없는 고슴도치처럼 보일까


 만인의 세계가 둘로 쪼개졌을 때

 진실은 빛이 모르는 어느 빙하기의 영영한 유물이 됐고

 인류는 상냥한 미소를 발명하게 되었지

 토성의 고리처럼 우리를 두르고 있는

 미지(未知)들은 어떤 빙하기가 와도 굳건할 테니

 얼마나 다행이니

 누구도 들킬 필요가 없다는 건


 이제 저녁마다 남자는 꿈을 꾼다

 모든 무지가 녹아내려 찰랑이는 세계에서

 연인의 곱게 누운 초승달 입꼬리에 걸려

 맨손으로 노를 젓는다

 애달픈 유물을 찾을 때까지

 젓고 는다











 Fin.


* 'The Origin of Love(사랑의 기원)'의 변형 '거짓말의 기원'.


* '사랑의 기원'이라는 표현은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이야기를 가지고 ⟨헤드윅⟩에서 선보인 곡을 통해 처음 알았어요. 10대 때 ⟨헤드윅⟩, ⟨록키 호러 픽쳐 쇼⟩,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 같은 영화를 본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들여 찾은 적도 없는데 그야말로 행운이었어요. 모조리 무의식에 기록됐을 터입니다. 제 세상은 매번 그런 식으로 움직였습니다. 나에게 필요한 것들, 내가 간절하게 원하는 것들이 찾아와서 달라붙었어요. ⟪데미안⟫을 읽고 지나치게 맞는 말뿐이라 고개를 끄덕이던 열여섯은 여전히 그렇게 데미안적으로 살고 있습니다.

기력이 허한 밤에 수제 더블치즈버거를 잡아먹고, 묵은 시를 다듬어 올리면서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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