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모으기 (Collecting)
TITLE 첫사랑
AUTHOR 이반 투르게네프
PUBLISHER 디자인이음(2022)
아버지는 나에게 특이한 영향력을 미쳤고, 우리 관계 역시 특이했다. 내 교육에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내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자유를 존중했다.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아버지는 나를 정중하게 대했다. 단지 나를 마음 깊이 받아들이지 못할 뿐이었다. 나는 아버지를 사랑했고 진심으로 숭배했다. 내 눈에 비친 아버지는 전형적인 남자였다. 밀어내는 손길을 끊임없이 느끼지 못했다면 아버지에게 얼마나 애착이 강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버지는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말 한마디, 몸짓 하나로 나에게 완벽한 신뢰감을 불어넣었다. 그러면 내 영혼이 활짝 열려 현명한 친구나 너그러운 인생 선배를 대하듯 시시콜콜 이야기하곤 했다. 아버지는 그러다가도 갑자기 본체만체하며 나를 밀어냈다. 친절하고 온화한 태도였지만 어쨌거나 밀어낸 것이다.
52-52 page.
그 후 한 달 동안 나는 훌쩍 자랐다. 격렬한 흥분과 고통을 수반한 나의 사랑은 내가 상상할 수도 없었던, 어둑어둑해지면 분간할 수 없는 낯설고 아름답지만 경외심을 불러일으키는 얼굴처럼 두려움을 자아내는 미지의 사랑에 비해 보잘것없고 유치하고 시시하게 느껴졌다.
143 page.
뇌졸중이 덮친 그날 아침, 아버지는 내게 프랑스어로 편지를 썼다. "아들아, 여자의 사랑을 조심하렴. 그 짜릿함을 조심해. 그건 천천히 퍼지는 독약과도 같단다."
144 page.
네 매력의 비밀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아니라, 못 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가능성에 있다. 너의 힘은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바람에 날려버린 재능이다. 우리 모두는 시간을 허비하지만 않았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을 텐데, 라고 말할 권리가 있다고 확신하지.
148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