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 모으기 (Collecting)
관람일: 2024. 01.22(월)
전시: 폼페이 유물전
장소: 더 현대 서울
하지만 그리스 문학의 태동기, 즉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의 시대에 '신화'는 허구적이거나 초자연적인 사건들로 가득한 '담론' 혹은 '이야기'가 아니라 '의심할 여지 없이 권위 있는' 이야기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사냥꾼 독수리가 먹잇감으로 붙잡힌 참새에게 '강압적으로' 하는 말이 바로 신화였다(헤시오도스, 『일과 날』, 206). 동일한 차원에서 호메로스의 전사들이 전쟁터에서 울부짖으며 외치는 이야기가 신화였고 싸움을 포기하라는 제우스의 명령을 당당하게 거부하는 포세이돈의 강렬하고 단호한 답변이 곧 신화였다(호메로스, 『일리아스』, XV, 202). 똑같은 차원에서 민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향해 호소하는 권위 있는 영웅의 일장 연설이 신화였고 (중략) 신화의 이러한 강렬한 측면은 '신화'적 담론을 입에 올리는 여자들을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로도 충분히 부각된다. 말에 권위가 있을 수 없는 여자들, 심지어는 젊은 남자들이 이야기하는 '신화'적 담론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신화란 결국 권위 있는 인물들의 발언으로 전달되는 권위 있는 담론이었다고 볼 수 있다.
플라톤이 등장하고 헤로도토스와 투키디데스가 나타난 후에야 신화라는 용어는 비로소 환상적인 이야기를 가리키는 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_ 출처: ⟪경이로운 철학 1⟫, 움베르토 에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