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의 고민 중 하나는 "내가 너무 나만 알고 남 생각을 안 하나?"였다. 한 친구는 "아니야, 너 친구들 생각 은근히 많이 해."라고 위로해 주었지만, 처음으로 쓰는 장편의 글이 '나'에 대한 이야기인 것을 보면 아주 이유 없는 고민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나는, 확실히 유아독존한 경향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지금의 행복을 온전히 나 혼자서 만들어낸 것 같고, 그저 당연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미 잡은 물고기이니 이대로 두기만 하면 그만이라고, 더 이상 힘 들일 필요 없이 누리기만 하면 된다고, 그리고 혹시 잃더라도 내 훌륭한 능력으로 다시 쉽게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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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내 삶을 이루는 요소 중 당연한 것은, 또 당연하게 얻어진 것은 단 하나도 없다. 평소엔 그 점을 잘 알고 있지만, 가끔은 '그것들을 당연하게 여겨도 괜찮다'는 못된 유혹이 나를 찾아와 그러한 착각을 하게 만든다.
이 유혹은 정말 조용히, 천천히 다가와 '감사할 줄 모르는 태도'로 내 일상에 스며들어 행복의 기반을 조금씩 무너뜨린다. 아무것도 모르고 되는대로 살다가 정신 차리고 보면, 힘겹게 이루어놓은 수많은 것들이 이미 무너지고 사라진 후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런 유혹을 늘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으니, 소도둑놈을 미리 막아내는 전략을 쓰는 것이다.
성과
5시 기상을 목표로 했을 때, 혼자서 마음만 먹은 채로 하지 않고, 챌린저스라는 어플을 통해 도전했었다. 참가비를 걸어두고, 성공률에 따라 상금까지 얻을 수 있는 구조라서 완벽히 성공만 한다면 손해 볼 일 없는 장사였다.
대부분의 기상 챌린지는 총 2주, 평일 5일 간 이루어지는데, 내가 참여한 챌린지 또한 같았다. 나는 총 10일 동안 4시 50분에 알람을 맞춰두고 일어나 인증 사진을 찍어 올렸다.
마지막 10일째가 되던 날, 나는 알람을 듣지 않고 4시 45분에 슥 일어났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인증 사진을 찍은 후 들었던 생각은 "이제 습관이 됐나? 알람 안 듣고도 자연스럽게 일어나지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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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5시 기상을 전혀 자연스럽게 해내지 않았다. 나는 5시에 일어나도 피곤하지 않도록 전 날 저녁 9시쯤에 침대에 누워야 했고, 알람을 잘 듣고 일어나기 위해 약간의 긴장도 지닌 채 잠들어야 했다. 밤 9~10시 이후에 할 수 있는 재미난 일들을 뒤로 하고, 오직 이 결과를 위해 노력한 바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어떤 성과는 그것이 전혀 쉽지 않았음에도 아주 쉽게 '당연한 일'로 여겨지곤 한다. 몸에 익은 작은 습관이나 소박하게 얻은 성과들이 특히 그렇다.
하지만 모든 성과는 그 결과의 크기나 정도와 상관없이 이전에 그것을 얻기 위해 들였던 노력과 현재 그것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합쳐져 이루어진다.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완성된 것이라고 볼 수도, 앞으로 있을 모든 순간에 계속 가지고 갈 수도 없다.
특히 과거에 했던 노력은 이러나저러나 기억 속에 남겠지만, 현재 유지하려는 노력은 의식적으로 신경 쓰지 않으면 쉽게 놓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얻은 성과가 있다면, 더욱 자주 들여다보고, 확인하여 꾸준히 가지고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간관계
쪼그만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엄마보다 더 큰 10대 청소년이 될 때까지 엄마는 인간관계에 대해서 단 한 가지의 조언만 건넸다.
"학교 다닐 때 친구 많이 사귀어두어라."
이 말에는 '사회에 나가면 서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보고 사람을 사귀게 되니, 그런 식의 조건 없이 순수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두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었다.
실제로 내 주변에는 학교 때 친구들밖에 없다. 사회에 나와서도 좋은 이들을 많이 만났지만, 오랜 시간 보다 보면 완전히 짝짜꿍 맞는 이들은 없었고, 나 자체가 주변에 먼저 연락하는 타입이 아니다 보니 상대측에서 관계 유지할 의지를 잃으면 공수래공수거의 마음으로 보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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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릴 적에 사귀는 친구의 소중함을 가장 주요하게 교육받았던 나는 그 조언과 나의 경험을 살려 친구 사귈 때 지킬 두 가지의 철칙을 세웠다.
첫째, 내가 먼저 솔직해질 것
둘째, 친할수록 예쁘게 말할 것(잘해줄 것)
이 중 두 번째의 철칙을 특히 마음에 새기고 지냈다. 친구와 대화할 때 항상 지켜야 하는 규칙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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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할수록 예쁘게 말한다'는 것은 욕 한마디도 하지 않고 교과서적으로 아름다운 대화만 주고받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친하니까 이렇게 말해도 되겠지' 하며 배려 없는 단어 선택을 하거나, '친하니까 이 정도 욕은 해도 되겠지' 하며 상대를 대상으로 욕설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어떤 이에겐 고지식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는 무조건 편하게만 구는 친구보다 항상 좋게 말해주는 친구가 좋았다. 사람을 사귈 때 성격이 맞아야 한다, 취미가 맞아야 한다, 개그 코드가 맞아야 한다 등 여러 의견이 있지만, 그중 '감수성'이 맞아야 한다는 의견에 가장 강력히 동의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한 오랜 인간관계 유지를 위해서는 플러스될 행동을 하기보다 마이너스될 행동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도움된다고 믿기 때문에, 좋아하고 소중한 사람일수록 그들의 존재와 배려를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늘 신경 쓰고 있다는 제스처를 보여 관계 유지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마냥 편하게 대하기보단 늘 배려하는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