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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정 Mar 24. 2022

오늘도 '갓생' 살아 버렸다.

취미로 돈 벌기<고등학생 편-1>

제주도 여행



고등학생, 덕질과 새로운 취미를 병행하다.


디자인


중학생 때 하던 일은 계속했지만 서서히 흥미가 떨어져 점점 안 하게 됐다.


이쯤에는 디자인에 관심이 생겨 진학을 공고 디자인과로 진학했다. 원래는 패션 디자인에 관심이 있어 진학한 거였지만, 중3 담임선생님의 실수로 패션 디자인과가 아닌 패션 디자인을 뺀 나머지 모든 디자인을 하는 디자인과로 진학하게 됐다.


처음에는 내가 원하는 디자인이 아니라서 가 나서 중3 담임선생님을 원망을 했다.


"아니... 어떻게 제자가 원하는 디자인만 쏙 빼놓고 가르치는 학교로 보낼 수가 있어?!?!?"


원망도 하고 같은 중학교 친구들에게 신세 한탄을 하기도 했다. 이런 원망했던 마음과 달리 학교에 가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새로운 것을 배워보니 나름 재밌었다. 그래도 다니는 내내 '멋진 패션 디자이너가 됐을 수도 있는데!'라는 생각은 계속했다.


컴퓨터 그래픽 디자인을 배우다 보니 '취미로 디자인을 하면서 돈 벌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배우면 써먹어봐야 하는 거 아니던가! 나는 그런 욕구가 강했다.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중고나라와 블로그에 재능을 판다며 내가 재미 삼아 만든 펜시 세트 도안이나 스티커 도안 등과 함께 글을 올렸다.


[디자인해드립니다.]


*펜시 세트를 아시나요? A4용지에 뽑아서 자른 후 교과서나 펜에 붙이는 겁니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나오니 궁금한 분들은 검색해보세요.*


그걸 보고 디자인을 맡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싼 가격에 노동력을 사 갔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정확히 기억나는 건 그분이 소장할 걸 만들어준 거라 뒤통수 맞았다!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린 마음에 '내 디자인을 좋아해 주다니! 내게 일을 맡겨주다니!' 기뻐했던 마음이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런 것도 만들 줄 아시나요?"

아 물론입니다! 시키면 다하지요~!


디자인 의뢰가 들어오면 다 받아서 해봤다. 디자인 센스는 별로 없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분도 싼 가격에 디자인을 맡긴 거라 좋은 말만 해주었다. 아니면 상대방이 좋은 어른이었기 때문이겠지.


그 외에도 본인이 개인 소장을 하기 위해 스티커 디자인을 맡기거나, 아이돌 관련 디자인을 맡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미리 도안을 만들어 올리면,


"이런 식으로 수정해서 살 수 있나요?"


하고 연락이 오기도 했다. 그러면 그분이 원하는 대로 살짝 수정을 해서 판매했다.

이렇게 디자인을 몇 개 해주고 용돈 할 만한 소액의 금액을 받아 용돈으로 사용했다. 디자인에 대한 경험도 쌓았다. 고등학생이 본인이 디자인한 걸 어디에 써먹을 수 있겠는가. 이런 경험은 내게 큰 도움이 됐다.

친구도 옆에서 그걸 보더니 신기해했다.


"너는 정말 이런 거 잘하는 거 같아."

"그런가?"

"이것도 재능임."


왠지 뿌듯해졌다. 어른에게 인정받는 것도 좋지만, 동급생에게 인정받는 건 더 좋은 일이었다.


이제는 디자인이나 포토샵을 다 까먹어서 써먹으려면 다시 배워야 하지만, 그 당시에는 정말 잘 써먹었다.


지금도 이런 식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서 찾아보니 크몽이나 숨은 고수 같은 재능 판매 사이트에서 [디자인해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재능을 판매하기도 하더라.


내가 디자인을 잘한다! 싶은 분들은 참고하기를 바란다.




고등학생, 다른 덕질들

 


영화 팜플렛 


이 당시 나는 영화에 빠져 살았다. 고3. 내신으로 덜컥, 대학교에 한방에 붙어버렸다. 고등학교 3년 동안 디자인을 많이 배웠으니 다른 것도 배워보고 싶어 아예 다른 과를 선택했다.


경영학과.


담임선생님한테 엄청 혼났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에서 시각디자인 교과 1등을 할 정도로 공부도 디자인도 잘했는데 뜬금없이 경영과라니! 선생님이 복창 터질만했다.


아무튼, 학교도 붙었으니 나는 자유였다.

한 4월부터인가? 내신을 만들어뒀으니 흥청망청 놀았던 거 같다.


다른 친구들은 아직 수능 준비로 바빴으니 대학 진학 대신 취업을 선택한 친구와 영화관에 있는 영화들을 다 봤다.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영화관에서 팜플렛을 몇 장씩 가져왔다. 소장하려는 것도 있고 그 당시 팜플렛으로 편지봉투를 만드는 게 유행이라 편지봉투도 만들고 다이어리도 꾸미려고 가져왔다.


그런데… 어느 하루는 내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의 팜플렛이 안 보이더라. 벌써 다른 사람들이 다 가져간 거다. 우리 동네에는 영화관이 하나밖에 없으니 다른 영화관에 들려 가져오는 것도 불가능했다.

너무 갖고 싶은 마음에 중고나라에 영화 팜플렛을 검색해봤다.

'중고나라에서 팔면 한 장 사볼까? 판매하나?' 싶어서 검색해보니 진짜 있더라. 없는 거 하나 없는 중고나라. 나처럼 영화 팜플렛을 구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나는 일단 내가 원하는 팜플렛을 하나 구입하고… 팜플렛을 구하는 사람들이 뭘 구하나 확인하며 내가 두세 장씩 모아뒀던 팜플렛을 판매했다.


이게.. 돈벌이가 되더라.


대체로 수집욕이 있는 분들이 구매했는데, 유명한 영화 팜플렛이라던가 소장가치가 있는 영화 팜플렛은 가격이 높아 용돈벌이가 됐다.

옛날부터 영화를 보기 좋아했던 우리 집은 한 두장씩 팜플렛을 가져왔는데 거기에 소장가치가 있는 팜플렛도 섞여있었다. 이렇게 용돈벌이를 했다.


잠깐 취미로 우표 모으기도 했었다. 우체국에 가서 원하는 우표를 한 장씩 구매하기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 새로 나오는 우표를 구매하기도 했다.

영화 팜플렛처럼 우표도 마찬가지였다. 우표도 다양하게 모아두면 다른 사람들이 자기는 그 우표가 필요하다며, 구매 시기를 놓쳤다며 우표 구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 사람들에게 원가에 조금의 수고료를 받고 판매했다. 물론, 내 소장용 우표도 있어서 아직도 집 한 구석에 옛날 우표들이 모아져 있다.


영화 팜플렛이나 우표는 판매하기가 귀찮아져서 짧게 하고 끝냈지만, 재미있던 기억 중 하나로 남았다.


이쯤 되면 중고나라를 제일 잘 써먹은 사람 중 하나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블로그


지금은 블로그를 안 하다가 다시 시작해서 방문자수가 적은 블로그지만, 고등학생 당시에는 일방문자수가 높은 블로거였다.


나는 주로 맛집, 상품 리뷰를 적는 블로그였다. 그 때문인지 맛집과 상품에 대한 협찬이 많이 들어왔다. 협찬을 받으면 그 협찬받은 물건이나 음식에 대한 리뷰를 블로그에 적어주면 된다.

일방문자 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비싼 음식, 좋은 물건 등이 협찬으로 들어왔다.


리뷰의 형식은 세 가지가 있다.


1. 제품을 무료로 제공해주고 블로그 포스팅을 작성해주는 경우

2. 제품과 소정의 원고료를 제공해주고 블로그 포스팅을 작성해주는 경우

3. 먼저 체험 제품을 내 돈으로 구입하고 나서 블로그 포스팅을 적어주면 돈을 돌려주는 경우


고등학생이라 물건을 산 후 포스팅을 해주고 돈을 돌려받는 경우는 너무 귀찮아서 그런 식으로 협찬 들어오는 건 모두 거절했다.


블로그를 처음 키울 때는 무료로 제품만 먼저 제공받고 포스팅을 작성해주었다. 신기해서 다 받은 것도 있지만, 협찬받은 제품에 대한 후기를 꼼꼼하게 해 주면 그 후에는 원고료도 같이 주는 제품에 대한 협찬도 들어오곤 했다.

그렇게 블로그를 단단하게 다져둔 후에는 원고료를 줘야지만 포스팅을 해줬다. 그렇게 소소하게 용돈을 벌었다.


무료로 제공받은 제품은 다양했다.


뮤지컬이나 연극 등 티켓을 받기도 하고 가게에 초대되어 가서 밥을 먹기도 했다. 화장품을 받기도 했고 마사지를 받기도 했다.

가장 많이 협찬을 받았던 건 역시 맛집이었다. 자영업자가 늘어나다 보니 맛집 위주로 협찬이 많이 오더라.


무료로 받은 연극을 보고, 밥을 먹고, 카페를 가고. 고등학생은 비싼 연극을 보고 비싼 밥을 먹고 비싼 카페를 갈 수 없는 형편이지만 이런 식으로 협찬을 받아 좋은 경험을 하며 추억을 만들었다.


물론, 어린 나이에 블로그를 하니 속상한 일도 생기곤 했다.


블로거라서 컨텍하고 초대했는데 어린애가 오니까 가게 주인들이 나를 못 미더워하고 의심하는 눈길을 보냈다.

아니, 본인들이 내 블로그 보고 컨텍했으면서 왜 못 미덥게 생각하는지… 물론, 아닌 어른들도 있었지만 그 당시 어린 마음으로 상처를 받곤 했다.


그래도 나를 믿고 몇 번이나 불러 준 가게도 있었다. 그 가게는 아직도 문득 생각나곤 한다.


애드포스트


번외로 네이버 블로그를 했었기 때문에 애드포스트라는 걸 연동하여 광고 수익을 벌었다.


지금은 사람들이 티스토리 블로그도 함께 키워서 티스토리의 애드센스로 광고 수익도 같이 벌곤 하는데 그 당시에 티스토리는 가입하기 어려운 블로그였다.

티스토리는 약간 선택받은 자들만 가입할 수 있는 블로그였다. 초대장이라는 걸 받은 사람만 가입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거의 네이버 블로그를 주로 운영했다. 나 역시 그랬다.


애드포스트는 내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면 자동으로 글 사이와 맨 아래에 광고가 뜨는데, 사람들이 글을 읽으면서 광고를 보거나 클릭하면 내게 수익이 나는 방식이다.

애드포스트로도 소액의 돈을 벌었었다.


애드포스트는 양보다는 질이 좋아야 수익이 많이 난다, 방문자수와 애드포스트 수익은 상관이 없다.라고 많이들 하는데 어느 정도 맞지만 어느 정도는 틀린 말이다.


방문자수가 많아질수록 광고를 보러 오는 사람이 많아지고, 읽으면서 실수로라도 광고를 클릭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법이다.

양보다 질이 좋아야 수익이 난다는 말을 달리 해석해보면 양도 많고 질도 좋으면 그만큼 수익이 많이 난다는 뜻 아닌가?

나는 그 당시 하루에 포스팅 1~3개는 한 것 같다. 올릴 때는 정보성이 들어간 글을 하나 올리고, 다른 포스팅은 내 생각이나 아무 말을 주절거린다거나. 등등 다양하게 올리곤 했다.


애드포스트 수익과 무료로 제품을 제공받은 걸 합산하면 꽤 벌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루를 꼬박 무료로 제공받으며 놀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일 아닌가.


블로그는 대학생이 되면서 그만두었다. 대학 생활을 하느라 블로그를 할 시간이 없었다.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놀고, 돈을 쓰느라 바빴었다.


지금 생각하면 조금 아까울 정도. 대학생 때 그만두지 않고 더 열심히 했다면 나는 지금쯤 인플루언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엄마 친구 딸도 이제 대학생이 되었는데 고등학생 때까지는 나처럼 블로그를 아주 열심히 하다가 대학생이 되고 나서 역시나 나처럼 친구들과 술 마시고 노느라 블로그를 접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 블로그를 하게 된다면 이 관문은 꼭 겪게 되는 거 같다.


애드포스트는 지금도 하고 있다. 고등학생 때 이미 승인을 받아놨으니 애드포스트로 수익을 버는 일은 쉬웠다. 블로그를 새로 시작하다 보니 아주 소액의 금액만 소소하게 벌고 있다. 블로그를 전문적으로 열심히 하시는 분들은 수익이 꽤 좋더라. 300만 원, 500만 원도 버는 사람을 봤다.


이제 나도 다시 열심히 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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