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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윤정 Mar 20. 2022

오늘도 '갓생' 살아 버렸다.

취미로 돈 벌기<중학생 편-2->

삿포로 여행


/중학생, 다른 덕질들.



다꾸 용품


중학생 때, 다이어리를 쓰는 게 재밌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아바타를 모아 다이어리를 쓴다거나 일기를 써서 그런 걸까. 조기교육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취미가 된 것 같다.


다이어리를 쓰게 되자 자연스럽게 마스킹테이프, 스티커 등등 다꾸(*다이어리 꾸미기) 용품들에 눈길이 갔다.

취미가 되었으니 취미로 소소하게 돈 버는 게 취미인 나는 다꾸라는 취미로 돈 벌기를 시도했다.


아이돌 스티커나 물품을 팔아 번 돈으로 포장지나 랩핑지, 메모지 등을 종류별로 구매한 후 소분하여 100원~300원의 마진을 내어 판매했다.

이것도 나름 쏠쏠한 벌이가 됐다. 이 당시에도 내가 그린 그림으로 스티커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는데 이건 잘 팔리지는 않았다. 그림에는 재능이 없나? 생각했지만 요즘 다시 그림그리기 도전 중이다.


인덱스 스티커들을 구매해서 가위로 하나하나 잘라 인컷 믹스라고 하여 판매도 했는데, 그것도 나름 쏠쏠한 벌이가 되었다. 자르기는 귀찮지만 예쁜 인덱스 스티커를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르기 싫은 노동을 남이 대신 노동해준 걸로 구입함으로써 여러 가지 예쁜 인스를 잘라둔 걸로 쉽게 사용할 수 있다. 라는 메리트가 있었다.


이렇게 번 돈은 좋아하는 일부는 적금하고 아이돌의 앨범이나 공식 굿즈를 사곤 했다. 부모님이 아이돌 앨범을 사는 건 좋아하지 않았으나 내가 번 돈으로 사니 아무 말씀도 없으셨다.


지금 보니 100원, 1000원 단위로 벌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열정적으로 덕질하고 판매하면서 적금을 했는지 모르겠다. 어렸을 때는 즐기면서 저 일들을 했지만 지금 하라고 하면 불가능할 거 같다.


문득, 예전에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제 딸아이가 초등학생인데 예쁜 종이를 떼어 쓸 수 있게 만들어둔 책을 사달라고 합니다. 친구들은 이 비싼 걸 살 수 없기 때문에 예쁜 종이를 떼어 한 장씩 판매하겠다고 하네요. 시켜야할까요?”


같은 글이었다. 아마도 예쁜 종이로 만든 책은 랩핑지나 색종이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을 보고 나는 그 딸아이가 정말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런 일을 중학생 때 했는데 초등학생이 이런 생각을 하다니!


초등학생이 이 종이를 한 장씩 조금 마진을 남겨 팔면 용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머리를 굴리고 결단을 내렸다. 결단을 내리고 행동하기 위해 엄마에게 초기비용을 부탁했다. 그 아이는 정말 최고의 장사꾼이다. 내 아이였다면 한 권 사주고 해보라고 했을 거다.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벼룩시장 이벤트를 하는 이유는 아나바다가 중요하다는 걸 가르치기 위함도 있지만, 제 손으로 처음 돈을 벌어볼 수 있는 경험을 쌓아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에피소드


이렇게 좋은 일들만 있으면 좋았겠지만 당연히 안 좋은 일도 있었다.

스티커 판매를 접겠다며 대신 팔아달라고 글을 올리는 사람들 중에 입금을 해주면 먹튀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스티커 수량을 속여 팔거나 배송을 안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스티커 수량을 속여서 파는 건 그렇다고 쳐도, 돈만 받고 배송을 안 보내는 사람은 신고했어야했는데! 어렸을 때라 경찰에 신고할 생각도 못했다.


기억에 남는 판매자 중 한 명이 있다.

스티커 수량을 속여서 파는 사람들을 자주 만나다보니 한 번은 화가 나서 한 박스 온 스티커 개수를 다 세서 판매자에게 찍어 보냈다. 그리고 부족한 스티커 개수를 추가로 받았었다.


구매자 중에서는 빌런이 없었겠나? 우편을 받아 놓고는 안 받았다고 우기는 사람들도 있고, 어차피 공짜로 얻은 거니 더 할인을 해주거나 덤으로 줘라. 등등 억지를 부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른 건 어쩔 수 없이 화를 삭힐 뿐이었고 우편을 안 받았다고 우기는 경우는 배송 방식을 바꿨다. 우편으로도 보내줬지만, 그런 우김 때문에 준등기 이상으로만 받아 판매하게 됐다.


우체국


우체국은 우편, 준등기, 등기, 소포, 택배 총 5가지로 운영하고 있다.


1. 우편: 기본적으로 편지를 보낼 때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이다.

우표를 붙여 보내거나 요즘에는 카드로 결제하면 가격이 매겨진 스티커를 붙여 배송된다. 다섯 개의 방법 중 가장 저렴하지만 분실될 수 있는 위험이 있고 우편함에 넣어준다.


2. 준등기: 우편과 등기의 사이라고 보면 된다.

우편보다 금액은 비싸지만 등기보다는 저렴하며 우편처럼 우편함에 넣어주지만, 발송자의 핸드폰 번호로 발송을 완료하였다는 문자를 보내준다.


3. 등기: 금액은 기본 2000원부터 시작한다. 상대방에게 직접 배달하고 확인 서명도 받는다.

얼마 안 넣어도 3000원이 훌쩍이다. 우체국마다 다르지만 거의 대부분의 우체국이 서류나 종이 같은 종류만 되고 키링이나 도장 등 물품은 불가능하다.

또한 등기는 반송 필요, 반송 불필요를 선택할 수 있다. 반송 필요의 경우 등기가 상대방에게 제대로 도착하지 않았을 때 ―은근히 많다. 집에 없는데 상대방과 연락이 안 닿는다거나 주소가 잘못됐다거나 등등― 반송비용을 받고 다시 물건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나는 등기로 보낼 때는 대부분 반송 불필요로 해버리는데 비싼 물건일 경우에는 반송 필요로 해놓는다. 반송 불필요의 경우 그대로 우체국에 일정 기간 보관했다가 폐기처분한다.


등기나 준등기로 여러 건을 보낼 때는 우체국 사전 접수를 이용해보자. 옛날에는 없었지만 요즘 사전 접수라는 기능이 새로 생겨 우편 접수가 한결 편리해졌다.

우체국 사이트에 들어가서 등기 사전 접수 탭을 누르고 본인이 보낼 등기를 미리 등록하는 시스템이다.

사전 접수 없이 그대로 가져가면 직원이 일일이 하나씩 다 치느라 시간이 꽤 오래 걸려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진다. 사전 예약을 해두면 직원이 예약된 걸 확인하고 그대로 주소를 뽑고 금액을 측정해서 붙이면 끝이기 때문에 시간이 단축된다.


4. 소포: 등기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상대방에게 직접 전달해주고 연락도 온다.

다른 점은 물품 보내기가 안 되는 등기와 달리 물품 보내기가 가능하다는 거다. 택배로 보내기에는 애매한 크기의 물품이 있다면 소포를 이용해보자.


5. 택배: 집에 주인이 없어도 경비실 등 상대방이 사전에 원하는 장소에 택배를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도착할 경우 내 번호로 잘 도착했다는 문자가 온다. 요즘 편의점 택배가 값싸게 잘 되어 있는데 배송된 박스를 보면 우체국 택배가 가장 안전한 거 같지만 비싼 것도 사실이다.


속상한 일도 있었지만, 그걸 발판 삼아 실수를 안 하려고 노력했다. 종이 통장에 금액이 하나씩 찍히는 걸 보며 희열을 느끼고, 통장에 금액이 찍히는 소리를 응원처럼 들었던 어린 시절. 통장에 돈이 쌓이는 걸 보며 느꼈던 희열이 강해서 지금도 돈 모으는 걸 악착같이 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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