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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네 Dec 02. 2022

47. 김밥과 횡단보도

늦은 점심

김밥이 먹고 싶었다

차가운 방을 벗어나 

집을 나선다


횡단보도 앞

파란불로 변하기를

빨리 바뀌기를 기다린다

건너편 김밥집을 살피며


젊은 여자의 낭랑한 목소리

나보다 먼저 온 손님

우리 둘을 보자 조급한

어느 중년 남성

불쑥 김밥 두 줄을 집어 든다

2천 원을 안쪽으로 던져 놓고

저편으로 사라진다


여자 손님도 떠나고

혼자 남은 나

드디어 받은 김밥

묵직한 비닐 봉투


또다시 횡단보도 앞

파란불로 변하기를

조금 전엔 오래 기다렸는데

이번에는 바로 파란불


횡단보도가 나눈 나

건너편에선 경직됐던 나

여기서는 느긋한 나

김밥 몇 줄이 나눈 나

건너편에선 가난했던 나

여기서는 넉넉한 나


진짜 나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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