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_불꽃
언제나 불꽃으로 살려고 한다. 나에겐 ‘소뇌위축증’이라는 희귀병이 있다. 점차 소뇌가 쪼그라들어 근육의 기능을 상실해 가는 진행성 질환이다. 현대 의학에서는 이렇다 할 치료법이 없다고 한다. 나는 지금 33살에 접어들었고, 20대 초반부터 징후를 느끼다가 30대 때 병을 진단받았다. 글을 쓰면서 처음으로 이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병은 나에게 염려와 고통을 주었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래서 더 삶을 진실하게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 삶이 끝날지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그랬기에 더 내면의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었다. 지금 돌아보니, 살면서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디에서도 진심으로 사랑했고, 사랑받았다. 내 영혼에 부끄럽지 않도록 삶이 언제나 타올랐으면 좋겠다.
형용사_우직하다
누군가 ‘너는 이 세상을 어떻게 살고 싶어?’ 묻는다면, ‘자리를 지켜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답하겠다. 살아감으로 배웠다. 어떻게든 자리를 지켜내는 게 진짜 사랑이다. ‘자리를 지켜내고 싶다’는 말은 ‘어떤 상황을 맞이하든 사랑하는 존재로 서 있겠다’는 고백으로 들린다. 그래서 난 우직하게 살아가기로 했다.
최근에 중증장애인 시설에서 장애인과 부대껴 지내던 사회복지사 일을 그만두게 되었다. 한동안 비탄에 잠겨 지냈는데, 그때 슬픔을 돌아보니 그만큼 진심이었다. 아프지 않았다면 그런 슬픔을 알 수나 있었을까. 백석 시인의 구절 중에 좋아하는 구절이 있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백석, <흰 바람 벽이있어> 中
동사_걷다
나는 매일 2시간여를 걷는다. 걷는다는 것은 나에겐 운동 한참 이상의 의미이다. 살아서 존재함을 다시금 확인하는 시간이며,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한편 직장을 그만두고 한참 비탄에 잠겨있을 땐 하루에 30분도 제대로 못 걸었던 적이 있다. 지금은 영혼과 체력이 많이 회복을 얻어, 하루 2시간을 걷는다.
이 2시간의 걷는 시간이 비루한 내 인생을 지켜내 주는 버팀목이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한없이 가벼운 내 존재를 여기에 올려놓는다. 어느 순간에 이 시간이 내 무게중심이 되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