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음식

by 빛별

20대 때는 별로 찾지 않았는데 나이 들어서 좋아하게 된 음식이 있다. 떡볶이를 좋아한다. 나이를 거꾸로 먹어가는 것일까. 내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의 30%는 떡볶이 관련 영상이다. 어느 지역에 가도 그 지역에 떡볶이 맛집이 있는지 알아본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떡볶이 밀키트가 있으면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하고, 구매해 본다. (이상한데 돈 쓴다고 가족들에게 핀잔을 들을 각오를 하고 말이다) 이 정도면 떡볶이 사랑이라고 말해도 좋지 않을까. 막연하게 떡볶이가 좋았는데, 글을 쓰면서 원인을 찾아보면 재밌겠다.

대학 시절 친구들이 식사로 떡볶이를 먹으러 가자고 하면 식사로 떡볶이를 먹는 건 이상하다고 말하는 나였다. 그도 그럴 게, 우리 집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식당을 했다. 집이랑 식당이 바로 같이 있는 구조여서, 어렸을 때부터 대부분을 엄마 밥을 먹고 자랐다. 나는 나이 들고 나서 유독 라면, 떡볶이 이런 게 먹고 싶다. 누구도 금지한 적 없지만 금기를 넘어서는 짜릿함을 주는 음식이 떡볶이이다.


떡볶이는 육수, 떡, 어묵, 고추장, 설탕, 물엿, 등과 같은 세상 단순한 조합으로 만들어지는데, 자그마한 차이가 결정적인 맛 차이를 만들어 낸다는 게 놀랍다. 떡볶이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가, 떡볶이를 먹으면 요리한 사람의 고민한 흔적이 그대로 느껴질 때가 있다. 그건 아마 떡볶이가 세상 단순한 음식인 동시에, 프로의 세계로 들어가면 세상 진지한 음식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떡은 밀떡인지, 쌀떡인지/ 고추장의 맵기는 어느 정도 인지/ 어묵은 어떤 퀄리티의 어묵을 가져다 썼는지/ 멸치 다시다 육수는 얼마나 우린 걸 가져다 썼는지/ 재료는 천연재료를 가져다 썼는지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로 바뀐다.


개인적으로는 약간 매콤한 정도, 너무 달지 않은 학교 앞 분식 느낌의 판 밀떡으로 된 국물 떡볶이를 좋아한다. 여기에 높은 어묵 퀄리티가 받쳐준다면 금상첨화겠다. 초등학교 다닐 때 컵볶이라고 학교 앞 분식점에서 500원에 팔았었는데 요즘 물가가 너무 오르고, 우후죽순 프랜차이즈 떡볶이가 생기면서 내가 알던 떡볶이와 다른 느낌이다. 물론 프랜차이즈 떡볶이도 충분히 매력 있지만, 뭔가 옛날에 알던 떡볶이가 과거로 묻혀가는 느낌이 들어서 좀 서글프다.


나는 왜 떡볶이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처음에는 금기를 넘어선 짜릿함으로 했는데, 관심이 생겨서 자꾸 보다 보니, 나름 여기에 진지한 사람이 되어있다. 여기에 어떤 원리가 숨어져 있지 않을까? 자세히 보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내 지경을 넘어선 것일지라도 유심히 바라보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덧. 군대를 해양경찰로 다녀왔는데, 3~4개월쯤 취사 담당을 했던 적이 있다. 그때 내게 요리를 알려준 선임의 말이 마음에 박혔다. ‘요리란 자고로 맛있는 걸 많이 넣으면 맛있어지는 것이야’ 이 말을 진리처럼 말하고 다녔다. 떡볶이는 이 명제에 완전히 반대되는 음식이라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다. 함께 만들어져 가야 의미 있는 비율의 향연. 내가 살아가는 이곳도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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