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라는 들판에서 내가 피우고픈 꽃

by 빛별

'야생초 편지’라는 책이 떠올랐다. MBC에서 방영한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에서 소개되어 읽은 책이다. 야생초 편지가 2003년 1월에 소개되었으니 책을 읽은 지도 벌써 21년의 세월이 지났다. 21년 전이면 초등학교 6학년일 때다. 무엇이 어린 마음에 책을 집어 들은 그때로 소환한 것일까.

저자 황대권은 1985년, '학원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13년 2개월 동안 대구, 안동, 대전 등의 교도소에서 갇혀 지냈다. 서른 살부터 마흔네 살의 황금 같은 청춘을 감옥에서 보내며 저자가 한 일은 좀 엉뚱하게도 풀을 뜯어먹고, 풀을 기르고, 풀과 대화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만성기관지염을 고치려고 풀을 뜯어먹다가 풀과 사귀게 되고 만 것이다. 풀 몇 포기밖에 없는 교도소에서 저자가 해낸 일은 무척 인상적이다. 어린 시절 화가를 꿈꾸었고, 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전공자답게 야생초에 대해서는 그 생김새나 주성분, 약효에 이르기까지 다루지 않는 것이 없다. 야생초의 생김새를 꼼꼼하게 그린 수채화가 볼 만하고, 각각의 야생초에 대한 설명이 이 수채화만큼 생생해서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몇 포기 채집하고 풀씨를 뿌려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야생초 이야기와 함께 실린 감방 식구들 이야기, 귀찮게 구는 파리는 거미줄에 걸고, '사상이 불온한' 거미는 사마귀에게 주는 아기자기함이 애잔하면서도 재밌다. 풀, 생쥐와 고양이, 비둘기, 모기에 이어지는 대규모 단작 농업에 대한 비판, 생태농업의 전망에 이르면, 책날개에 씌인 '모든 것에 편재한 하느님'이라는 말이 다시 떠오르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yes 24, 야생초 편지 책소개 인용>

책 소개를 보며 ‘모든 것에 편재한 하느님’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인생의 황금 같은 청춘의 시간을 감옥에서 보냈지만 풀을 뜯어먹고, 기르고, 풀과 대화하며 시간을 버텨냈다. 어렸을 때는 책을 읽고 저자가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21년이 지난 지금 다시 생각한다. 그는 야생초를 통해 신의 섭리를 만났을 것이다. 모두가 안타까워하는 그 일이, 어쩌면 당신을 신께 인도할지 모르는 일이다.

브런치라는 들판에서 내가 피우고픈 꽃은 '유채꽃'이다. 3월이면 제주도 지천에 1m쯤 되는 유채꽃이 자란다. 군을 제주도에서 나와 청사 마당에 핀 유채꽃을 캐 내기도 했다. 유채꽃은 기름을 짜서 카놀라유의 원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브런치에서 피워내는 꽃은 유채꽃 같았으면 좋겠다.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것을 보면 웃음이 지어졌으면 좋겠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공부하는 삶』의 저자 앙토냉 세르티양주의 말마따나, 앞을 모르고 돌진하는 지구별에 태양의 광선을 비출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축복이 있을까.

이전 02화내가 좋아하는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