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어쨌든 귀한 손님으로 대하기로 했다. 병은 예기치 않게 찾아왔지만 역설적으로 삶을 진솔하게 맞이할 근거가 되어 주었다. 그래서 지금은 병이 찾아왔다는 사실을 감사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진솔하게 살아간 경험이 쌓여서 성숙해져 가는 나 자신을 바라보며 남은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대학을 졸업 유예하고 애매한 시기를 살았을 때 예기치 않은 방문객을 맞이한 적이 있다. 매일 아침 대학 동아리방에서 단짝 친구와 성경 말씀을 묵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여느 날처럼 성경 말씀을 묵상하고 느낀 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동아리 방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 문을 두드렸다. 내 또래 정도 되어 보이는 남성이었는데 많이 피곤하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저는 다른 학교 학생인데, 밤새 술을 마시다가 친구가 학교 운동장에 버리고 갔어요. 괜찮으시면 한쪽에서 눈 좀 붙일 수 있을까요?”
평소 같으면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거절했겠지만 그날은 연민이 느껴졌다.
“그러지 말고 저희 집으로 오세요. 씻고, 푹 쉴 수 있을 거예요.”
처음 보는 이를 데려다가 샤워하도록 하고, 내 침대에 눕혀 잠을 자게 했다.
누군가를 환대해 본 경험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해프닝으로 단순히 끝난 일이라고 하기엔 내 기억 속에 강렬히 남아 있다. 그날, 그 사람을 보내고 단짝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며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나눈 성경 말씀의 의미를 조금은 깨닫게 되었어.” 스스로가 애매한 시간을 살고 있다고 불안 해 하던 나의 마음이 일순간에 기쁨으로 가득 찼다.
그날 있었던 일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는 일은 전적으로 내가 하는 일이다. 스스로 경험한 환대의 경험, 내게 병이 찾아온 일, 내가 글에서 풀어내는 많은 일들 이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믿기로 했다. 내게 찾아온 위대한 선물들로 여기며 오늘 하루를 살아내겠다.
여인숙
인간이라는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약간의 순간적인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쓸어가 버리고
가구들을 몽땅 내가더라도.
그렇다 해도 각각의 손님을 존중하라.
그들은 어떤 새로운 기쁨을 주기 위해
그대를 청소하는 것인지도 모르니까.
어두운 생각, 부끄러움, 후회
그들을 문에서 웃으며 맞으라.
그리고 그들을 집 안으로 초대하라.
누가 들어오든 감사하게 여기라.
모든 손님은 저 멀리에서 보낸
안내자들이니까.
─ 잘랄루딘 루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