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연결성을 위해 이전 두 에세이를 읽고 오는 것을 추천한다. 오늘 이야기는 도미니카 공화국에서도 빈민지역에서 봉사를 하고 느낀 바를 기록으로 남겨놓은 것이다.
<답이 없는 이곳에> 도미니카 공화국 밧데이 이야기
앞으로 제가 할 이야기는 어쩌면 불편한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밝고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하죠. 그래서 대부분 SNS의 뉴스피드에는 인생에 화려했던 순간이 올라오곤 합니다. 그런 것을 이해합니다. 아니, 오히려 사랑해요. 저는 제 인생에 밝은 부분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이 글을 적고 있는 나 자신도, 불편해하고 있어요. 왜냐면 이 글을 통해 어려운 현실을 직시하고, 나 자신이 그렇게 보기 싫었던 뜨거운 민낯을 보고 싶거든요.
이곳, 도미니카 공화국에 온 지는 2주가 조금 넘었습니다. 그동안 처음 접하는 스페인어 공부에 여념이 없었어요. 하루하루 공부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했어요. 스페인어 교육이 이루어지는 6주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 머릿속 스페인어 체계를 구축한다는 조급한 마음이었을까요? 어찌 됐든 그렇게 2주가 지나고, 바로 어제 밧데이라는 지역에 지역 봉사활동을 하러 갔어요. 그곳 지역 아이들과 같이 놀고, 벽화도 그리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임신방지 활동도 했죠. 이 동네 아이들은 순수함 그 자체였어요. 낯설어 보일 수 있는 이방인인 나를 서슴없이 맞이해 주었어요. 그렇게 봉사활동 하는 일정 내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것으로 끝나 버렸다면,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겁니다..
밧데이(Batey, Sugar workers' town). 밧데이는 사탕수수를 수확하는 노동자로 이루어진 마을단위의 공장개념으로, 도미니카 공화국, 쿠바, 푸에르토 리코 전역에 수많은 밧데이가 있습니다. 도미니카 공화국의 밧데이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대부분 아이티에서 넘어온 이주자들로, 이 사람들은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제공하는 공공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할뿐더러, 수많은 위협에 노출된 상태입니다. 과거에는 설탕이 수익성 있는 사업이었으나, 이제는 도미니카 설탕 산업은 더 이상 경쟁력이 없는, 악순환이 지속되는 땅. 특히 이곳 아이들을 성 위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들이 거주하는 공간은 방이 없는 공용공간으로, 아이들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의 성관계 장면에 쉽게 노출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너무나 쉽게 성 조숙증에 걸리고, 여기서는 9세의 나이에 임신하는 여아들이 발생하기도 한답니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땅 밧데이.
도미니카 정부도 외면한 이곳에서, 이 지역사회를 위해 활동하는 ASCALA의 기관장님과 이야기를 나눈 건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밧데이는 수많은 구조적인 문제를 넘어서, 지역주민들의 자존감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가령, HIV(에이즈) 발병률이 높은데, 사실 이건 100% 정부지원금으로 병원 가서 약을 받아 나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곳 주민들은 자신의 신분을 밝혀서 진료를 받는 것이 에이즈 발병되는 일보다 더 싫은 일이라는 거죠. 기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Es muy dificil(너무 어려워요) 였을 정도니까요..
그 순간, 근본적으로 알았습니다. 내가 감히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없구나... 그리고 진심으로 슬펐죠. 슬픈 사람을 위로하고, 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왔지만, 자원봉사자로 왔지만, 사실 나는 이들에게 환대를 받았을 뿐. 그뿐 이라는 것을. ASCALA의 기관장님이 진정으로 멋진 어른으로 보였던 이유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당신께서 직접 그들과 살아가시면서 하신 삶의 이야기라는 것을.
저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가 있어요. 그리고 내가 그걸 너무나 잘 알죠. 그래서 ‘너는 좋은 사람이야, 착하네’ 이런 말은 불편해요. 왜냐면 내가 너무 잘 알아요. ‘이건 가면이고, 진짜 내 모습이 아니야. 나도 내가 진짜 나를 찾았으면 좋겠어.’ 그리곤 끊임없이 질문해요. ‘난 어떤 삶을 살기 원하지?’ 라구요. 봉사활동하는 긴 시간 동안 끊임없이 질문 던지고, 이야기하고, 알아가고 싶어요. 부디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