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브샤브

2025년 6월 5일 목요일

by 곽예지나

am 5:43


어제저녁 메뉴는 샤브샤브였다. 커다란 냄비에 물을 채우고 멸치, 건새우, 다시마, 표고버섯, 다진 마늘, 양파, 대파, 알배추를 넣는다. 국간장, 양조간장, 참치액으로 간을 적당히 맞춘 뒤에 중불에 달달 30~40분 정도 끓인다. 육수가 끓는 사이에 재료를 손질한다.


샤브샤브를 만들 때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중간중간 국물맛을 보는 것이다. 처음에 육수를 우릴 때의 맛과, 야채와 버섯을 하나씩 투하했을 때의 맛, 소고기가 들어갔을 때의 맛, 마지막으로 칼국수까지 넣어서 끓였을 때의 맛이 각각 다 다르기 때문이다. 간은 맞지만 뭔가 비어있는 것 같아서 아쉬웠던 국물맛은 재료가 더해지면서 입체적이고 다채로워진다. 그렇다고 뭔가를 더 넣는다고 해서 국물이 반드시 더 맛있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가끔은 칼국수까지 넣었을 때의 육수보다, 적당량의 채소와 버섯만 넣었을 때의 국물이 더 깔끔하고 맛있기도 하다. 어떤 재료가 너무 과하게 들어가면 국물맛을 해치기도 한다. 소고기를 알맞게 넣었을 때는 딱 좋았지만, 욕심부려서 더 넣으면 너무 느끼해지는 것처럼.


내 인생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의 삶을 함께 하는 것도 어쩌면 이 과정과 닮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누구와도 함께 하지 않는 가장 디폴트 값의 인생이 처음의 기본 육수라면,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은 그 육수 속에 새로운 재료들이 하나씩 섞이는 것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의 맛이 달라지긴 하지만 대부분 삶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하지만 가끔은 만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한 사람에게 너무 집착해서 균형을 망쳐버리기도 한다. 특정한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만났으면 나에게 득이 되었겠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는 독이 되기도 한다. 그 자체로는 맛있지만 샤브샤브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초콜릿처럼.


만약에 내가 다른 사람 인생의 샤브샤브 재료라면, 나는 알배추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소고기나 해물 같은 메인이나, 쫄깃쫄깃 식감이 좋아 얼른 건져 먹는 버섯류도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오랫동안 은근하게 자리를 지키는 알배추가 좋겠다. 육수를 우릴 때부터 살그머니 들어가 있다가, 다 끓어도 그 존재감이 사라지지 않는. 줄기의 두터운 식감에 도전하기 약간 어려울 수도 있지만, 막상 씹어보면 국물을 머금은 달큰한 맛이 오래오래 입 안에 맴도는 알배추.


am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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