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아씨들은 이렇지 않아!

루이자 메이 올콧의 <작은 아씨들>을 읽고

by 곽예지나

<작은 아씨들>이 2편까지 나와있다는 것을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서 처음 알았다. 보통 이 책을 읽는 연령은 초등학생까지가 보편적이라고 해야 할까? 나 또한 아주 어렸을 때는 꽤 좋아했었고 여러 번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책을 빌려 오면서 좀 궁금했다. 새로운 이야기가 실려있는 2권인지, 아니면 우리가 함축해서 읽었던 이야기가 더 길게 펼쳐져 있는 2권인지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의 첫 번째 생각이 정답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게 된 것이 있다. 왜 예전에 <작은 아씨들> 2편을 굳이 초등학생 대상으로 출간하지 않았는지 말이다.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은 네 자매와 이웃인 로리이다. 예쁘고 착하지만 부잣집의 세계를 동경하고 가난을 부끄러워하는 첫째 메그, 매력적인 외모를 가졌지만 미숙함이 많고 사교계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야망을 품은 막내 에이미에 비해 조와 베스의 캐릭터는 입체적이고 꽤 사랑스럽다. 이 책의 작가가 자신의 모습을 조에게 투영하여 그려냈기 때문에, 사실상 조가 이 책의 주인공 롤을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베스는 조와 완전 반대되는 성격으로, 여성스럽고 가정적이며 병약하고 쑥스러움이 많다. 어쨌든 작가가 알게 모르게 이런 편애를 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주로 조 아니면 베스에게 몰입을 할 수밖에 없다. 나는 어릴 때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조가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1권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느낌과 이야기 그대로이다. 남북전쟁 이후의 시대를 배경으로, 가난하지만 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청교도적인 삶의 전형적인 예시랄까? 때로는 재미없고 따분할 정도로 무해하고 착한 마치가의 어머니와 네 딸의 이야기는, 흐뭇하긴 하지만 읽는 데 크게 속도가 붙지는 않았다. 짧은 일화가 덧붙여진 구성이라 더 그랬을 수도 있다. 성홍열에 걸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살아난 베스의 이야기, 조를 짝사랑하지만 티를 못 내는 로리, 크리스마스에 아버지가 돌아오며 화목한 마치가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1권은 끝이 난다. 내가 아는 <작은 아씨들>은 분명 이런 따뜻한 책이었는데?

2권이 시작되면서 갑자기 이야기의 모든 것이 뒤틀어지고 흔들린다. 물론 그만큼 좀 더 자극적인 재미는 있었다. 1권을 읽는데 일주일이 걸렸지만, 2권을 읽는 데는 단 3일밖에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뭐야? 그 뒤에 어떻게 되는 거야?’라는 궁금증으로 페이지를 넘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주요 줄거리만 요약하면 이렇다. 베스는 죽는다. 조는 로리의 구애를 거절한다. 그리고 40대 독일인 교수와 사랑에 빠진다. 로리와 에이미는 결혼한다. 조는 작가의 꿈은 접고 남편과 함께 학교를 세워 아이들을 기른다. 으악! 이런 막장스토리를 작가는 1편에서와 같이 정말 무해하고 담백하게, 상냥하고 친절하게, 아무런 악의 없이 팩폭을 날리는 느낌으로 소곤소곤 읇조리는데, 읽는 내내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의 작은 아씨들은 이렇지 않아!!’


1편의 모든 것을 틀어버린 내용들의 향연인 것도 경악스러운데 가장 큰 문제는, 그 거대한 사건의 변곡점을 독자에게 설득하는 것에 실패했다는 것이다. 베스가 죽어야 하는 이유도, 조가 로리의 사랑을 거절한 이유도(결혼하면 매일 아웅다웅 싸울 거라 싫다는데, 이거야 말로 당시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획기적이고 최신식인 결혼 풍경 아니겠어), 40대 교수님과 사랑에 빠지게 한 이유도, 에이미와 로리를 굳이 맺어준 이유도 하나같이! 읽는 사람이 ‘아~ 그럴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기는커녕, ‘나는 이런 이야기로 내용을 전개할 거고 그건 작가의 마음이니까 받아들여.’ 하는 느낌이었다 조가 교수를 만나려면 집을 떠나야 하니까 갑자기 베스가 로리를 좋아하는 것 같은 설정을 넣고, 부자인 로리가 마치가를 부흥시켜야 하니까 어쨌든 에이미랑 짝은 지어주고.


응팔에서 ‘어남류’ 이야기가 지긋지긋해진 작가가 갑자기 후반부에 박보검을 남편으로 설정한 기분이랄까??? 이걸 드라마화한다면 방영 당시에는 도파민 뿜뿜이겠지만 종영되고 난 뒤에야 사실 개연성이 없는 작품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사례 같달까?????


마지막 장면은 모든 가족들이 모여서 시간을 보내며, 지금이 너무 행복하고 앞으로도 쭉 이랬으면 좋겠다는 어머니의 말로 마무리 된다. 독자의 마음은 다 허물어져 폐허가 되었는데, 그 잔해 속에서 편안하게 피크닉을 즐기는 마치가의 모습은 뭔가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 기억 속에서 <작은 아씨들> 2편을 본 것을 지우고 싶다. 그래, 베스는 건강해질 거고, 조는 결국 로리와 결혼할 거야. 나만의 작은 아씨들은 그런 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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