칙 무어만, 낸시 웨버의 <지혜로운 교사는 어떻게 말하는가>를 읽고
이 책을 빌릴까 말까 고민한 이유는 한국과 미국의 문화적 차이 때문이다. 요즘은 세계화의 영향으로 국가끼리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 나라만의 고유한 특성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는 미국 쪽이 좀 더 자유롭고 개방적이지 않을까?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도 왠지 더 수평적일 것 같고 말이다. 그럼 이 책에 나온 바람직한 교사의 대화법을 실제 우리나라의 학교 현장에서 적용하기에는 좀 어려운 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주 한참 전부터 이 책의 제목이 눈에 어른거렸지만 확신 있게 빌려오지 못했던 것이다.
이 책에서는 교사가 학생에게 건네는 문장의 예시와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어떤 문장은 바람직하고 어떤 문장은 좋지 못한 지를 알려준다. 예를 들면 아이가 문제 상황에 있을 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기 위해서 교사가 할 수 있는 바람직한 대화는 “네가 잘 해결할 거라고 믿어.”라고 말해주는 것이고, 아이의 의욕을 떨어트릴 수 있는 상투적인 말인 “항상 최선을 다해야지!”는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다 읽고 난 결론은 도움이 될만한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사례가 많았다는 것. 물론 아직도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긴 하다. 특히 책의 가장 첫 장에서 쓰면 안 되는 말로 제시된 사례, 아이들의 창의성을 해치는 공개적인 칭찬의 말 “린다가 그린 그림 좀 봐.”는 아직까지도 동의하지 못하겠다. 이런 말을 하면 안 되는 이유는 교사의 말이 다른 아이들의 창의성을 저해하고 린다의 작품을 따라 하게 만들며, 린다 또한 그런 공개적인 칭찬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현장을 봤을 때 보통 위와 같은 미술 작품 제작 활동 시 아이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창의성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기가 다져지지 않아서 어떻게 손대야 할지 모를 때이다. 그러므로 학생의 작품 중에서 교사가 살펴봤을 때 많은 반 아이들에게 충분히 도움이 될만한 부분을 담고 있는 것은 오히려 공개적으로 언급을 해주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서로 간의 잘된 점을 모방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창의성은 연습을 통해 기본을 익힌 다음에야 제대로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린다가 그런 공개적인 칭찬을 싫어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하면 안 된다고? 저자가 말한 것 같은 부작용이 5% 정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95%의 효용 가치가 더 클 것이다. 특히 다인수 학급인 학교 현실에서 다른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장점을 드러내 보일 수 있는 기회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린다가 평소에 튀지 않는 아이였다면 더더욱.
이렇게 책의 초반부터 절대 동의할 수 없는 사례가 등장하는 바람에 ‘이 책을 계속 읽어, 말아?’하는 갈등이 잠시 있었지만, 다행히 그다음부터는 저자와 내 의견이 일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끝까지 잘 읽어나갈 수 있었다. 다 읽고 나서 이 책에 소개된 67가지의 대화법 중 나에게 필요한 것을 추려서 정리해 봤다. 쓰면 안 되는 용례들은 이미 내가 평상시에 안 쓰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 적을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 약간 뿌듯했고, 사용하면 좋은 문장에는 반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에게 해 주면 좋을 것 같은 대화들이 있어서 유익했다. 특히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 “이 문제를 다르게 볼 수 있을까?”라는 문장은 지금 나에게 제일 필요한 문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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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고 교실 현장에 적용해 보며 아이들과 좋은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다.” 정도가 이 글을 마무리하는 데는 제격이지만 너무 상투적인 것 같아서 쓸까 말까 5분째 고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