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 여운의 지속

정세랑의 <설자은, 불꽃을 쫓다>를 읽고

by 곽예지나

읽는 데에는 정말 얼마의 시간이 걸리지 않았으나, 독서 기록을 쓰려고 마음을 먹는 데까지 여러 날이 흘렀다. 책을 읽은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나버려서 세세한 기억이 온전한지 자신이 없지만, 새벽에 다시 글을 쓰는 습관이 재정비된다면 이 숙제를 끝내버리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두서없이 일단 제목부터 썼다.


설자은 시리즈의 첫 권을 읽을 때에 마냥 앞으로의 기대감에 행복해있었는데, 그래서 2권을 집어드니 좀 겁이 났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니까. 하지만 좋은 추억을 갖고 시작한 상대한테는 정말 천지가 개벽할만한 일이 아니면 사소한 일에는 점수를 잘 깎지 않는다. 이래서 첫인상이 중요한 것이다.


읽으면서 가장 판단의 아슬아슬함을 느꼈던 것은 tmi와 인물의 개성을 드러내는 서술 사이의 줄타기였다. 1권을 읽을 때 인곤의 캐릭터에 비해 자은의 캐릭터성이 잘 살아나지 않았다는 글을 썼었는데, 작가도 그 부분을 이미 염두에 두었던 까닭인지 2권에서는 자은의 심정을 알 수 있는 굵고 가는 문장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 등장 횟수가 좀 빈번해서 가끔씩 이야기의 흐름이 끊기는 부분이 있었다. 몰입이 필요할 때 곁가지로 흐르는 듯한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이런 부분을 아예 배제하고 가자니 자칫 이야기가 너무 무거워질 수도 있을 것 같고. 또 자은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칠 것 같고. 아무튼 그 점이 2권을 읽을 때 약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다.


그 외에는 훌륭했다. 총 3편의 짧은 이야기로 묶인 2권은 1권에서 등장인물을 소개하느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면밀하게 풀어냈다. 1권을 읽을 때 내가 가장 좋았던 부분이, 단순히 흥미와 자극적인 사건으로만 책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문장의 결이 아름답다는 것이었는데 그런 특징이 여전히 책 곳곳에서 느껴졌다. 또 통일 신라 시대의 사회 분위기를 이용한 갈등의 구성과 해결 방식이 흥미로웠다. 천 년 전 사람들도 세대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과 크게 다른 생각을 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뭔가 서로의 마음에 성큼 가까워진 느낌이랄까?


학교에서 2학기 때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한국사 수업 준비를 하고 있으면, 일을 하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내가 공부하거나 놀고 있는 것 같아서 참 좋다. 아, 그런데 아이들에게 이 책을 한국사의 흥미를 느끼기 위해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좀 어렵겠다. 여러 번 꼬여있는 등장인물들의 심리나 통일 신라 시대의 배경으로 짜인 이야기의 결을 따라가기엔 초등학생들의 인내심으로는 좀 부족할 것 같으니. 찐 역사 덕후라면 가능할 수도?


3권 얼른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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