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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담 Aug 13. 2024

#10. 입맛이 없을 때에는 <돼지고기 목살 강정>

원하던, 원치 않던. 6개월간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습도와 열기로 불쾌지수가 올라간다.

더위의 절정인 8월, 더워도 너무 덥다.

지금 나와의 1미터 거리너머에는 보기만 해도 더워 보이는 털을 지닌 그녀의 개가 가뿐 숨을 몰아쉬며 나를 쳐다보고 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구경만 해야지 하고 들린 그곳.

한쪽에서는 애완용 개를 팔고, 한쪽에서는 식용개를 팔고 있는 그 시장 중간쯤의 철망 안에 갇혀 있던 개와 처음 만났다. 더위에 지치고 체념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던 눈빛에 이끌려 주머니 안의 모든 돈을 털어내고 나서 난 그 개의 주인이 될 수 있었다.

품 안에 안고 돌아서던 그 순간에도 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크게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너무 무지했고, 무지했고, 무지했다.


함께 살아가기에 난 좋은 주인도, 반려인도 아니었다. 그렇게 만나 7년을 함께 보낸 개를 허망하게 생사조차 확인 못한 채 잃었다.

너무 몰라 아무것도 해주지 않았고, 끝까지 책임도 못 진 미안함에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 다짐했다. 개를 키울 자격이 없다 스스로 생각했기에 개를 키우고 싶어 하는 아이의 오랜 소망도 그저 모르는 척 해왔었다.


예정되어 있는 기간은 대략 6개월.

그녀의 항암과 수술이 종료될 때까지 개와 내가 보내야 하는 시간이다.

갑작스레 주인을 잃은 개는 몹시 불안해했다. 밤새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잠시도 쉬지 못하는 개 덕분에 나까지 잠을 한숨도 잘 수 없었다.

하루가 지나니 앉아 있기도 하고, 엎드려 잠을 자기도 한다.

아침저녁으로 나가는 산책도 곧잘 따라다닌다. 개는 점점 적응을 하는 것 같은데 이리저리 날리는 털과 낯선 생명체의 존재감에 내가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암진단으로 모든 상황들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나 역시 소용돌이에 휩쓰려 함께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녀와 그의 아이들이 키우던 개.

보호소에 보낼 수도 없으니 우선은 내가 데리고 있겠노라 했다.

도울 수 있는 것은 돕겠다 했으니까.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은 상황들이 이어지며, 혼란스러움 속에서 매일같이 잠 못 이루는 밤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나도 아이의 엄마이니까.

그녀를 살려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아픈 사람 먼저 헤아리는 것이 아마도 맞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모든 상황이 버겁고 싫다.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들이 난 너무 힘들다.


자극적인 음식이 먹고 싶어 진다.

뭔가 입맛을 되살려 줄 그런 음식 말이다.


냉장고 속 목살을 꺼낸다.

목살의 기름 부분은 잘라내고, 한입크기로 잘라준다.

소금 1/4, 후추 톡톡, 맛술 2 넣어 조물주물 밑간해주고 전분가루 3을 골고루 묻혀준다.

기름 넉넉히 두르고 앞뒤로 노릇하게 구워낸 후 잠깐 덜어내고, 팬에 바로 소스 양념을 만들어 준다.


고추장 1, 케첩 1, 간장 1, 맛술 1, 식초 3, 올리고당 3, 다진 마늘 1/2, 물 2 스푼을 잘 섞어 졸여준다.


구운 목살을 넣고 양념이 어우러지게 볶아낸다.


새콤 달콤 매콤한 목살강정이 완성됐다.

다음번에는 닭으로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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