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저우(온주, 溫州)에서
역사적 관점이 시대를 따라 변화하듯이 중국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변해왔습니다. 사대부들이 중심이었던 시기에는 부모의 나라로 추앙을 했고, 근대를 지나 한국의 급속한 경제발전기 이후에는 단순 노동력을 공급하는 하청 국가의 인식을 거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그런 이미지를 바탕으로 부실국가, 혹은 전체주의인 공산국가의 이미지로 정치적 부분에서 적대 국가의 관점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물론 협력을 통해 한국 경제와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시각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시각들을 가지고 있지만 확실한 것은 세계 최대의 산업생산 국가라는 것입니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위상을 가진 국가가 중국입니다. 미중 분쟁도 이어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미국과 중국을 비교하는 많은 컨텐츠가 난무합니다.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영향을 받는 나라이니 당연한 일입니다. 계획 경제의 모순, 부동산 붕괴로 중국 경제가 미국보다 먼저 망할 것이다. 부채의 증가와 달러의 약세로 미국 경제가 먼저 망할 것이다. 먹고사는 문제의 기본 중에 기본이 경제이니 관심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 경제적인 관점을 가지고 방문했던 곳이 중국 저장성의 원저우였습니다.
원저우(온주, 温州)는 중국 저장성 동남 연해에 위치하는 도시입니다. 원저우 사람들은 사업 수단에 뛰어나 예로부터 '중국의 유태인'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역사적으로 수공업이 발달하였고, 도자기, 종이, 조선, 비단, 칠기, 가죽 제품 등이 발달했던 지역이었습니다. 남송 때에는 대외통상항이 되어 해상 무역으로 번영하였고, 근대에는 중국차의 수출항이 되었던 곳입니다. 동쪽으로 바다를 접한 원저우항은 예부터 저장성 남부 산간지대의 산물 적출항으로서 유명하였다고 합니다. 원저우 사람들은 시장에 진출한 뒤 고향사람들을 잇달아 참여시키는 연대 의식, 서로 협조하는 전통을 통해서 경쟁 우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서로 돕는 인간 본성이 살아있는 곳입니다. 정치, 문화, 종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사람사는 곳은 거의 비슷한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중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이곳의 사람들은 특유의 자립 성향으로 대약진운동 기간에도 ‘개인 생산량 책임제’가 실시됐다고 합니다. 대약진운동기간에는 공동의 생산 목표 설정으로 인해 개인의 생산에 관한 어떠한 책임을 묻지 않았음에도 말입니다. 공산주의 이념 강화 운동에서도 이들의 상업성 독립성이 발휘될 수 있었던 것이 현재의 부자 도시로 만든 역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저우시의 백화점에는 꽤 많은 사람들로 붐볐습니다. 부동산 침체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역에서 아파트들이 건설되고 있기도 했습니다. 부동산이 중국 경제 위기의 뇌관이라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나 높아진 산업 경쟁력, 많은 경제 인구의 활동으로 중국이 쉽게 경제 위기로 빠질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중국 공산당이 자산의 거품을 빼고 있다고도 합니다.
대략 30년 전 중국을 생각하면 지금의 중국 경제는 놀라울 정도입니다. 90년대 초 중국인들의 최고 인기 직업은 택시기사였고, 인기 아르바이트 직종은 미국 패스트푸드점 직원이었습니다. 자동차 운전은 일이 아니라 즐거운 드라이빙이었고, 패스트푸드점 직원은 일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의 체험이었기 때문입니다. 불과 30년동안 엄청난 경제 성장이 이뤄졌습니다. 한강의 기적처럼 중국도 짧은 기간 동안 엄청난 성장을 이끌어 왔습니다. 이는 자연적 기질을 반영한 동북아 사람들의 특성 때문입니다. 지구촌 어떤 지역 사람들보다 산업화에 적합한 기질을 가졌다는 의미입니다. 지금은 가난하지만 한국과 중국의 경우를 보면 북한도 빠른 산업화가 가능할 것입니다. 한국인들이 걱정하는 통일 비용의 문제가 그리 크지는 않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포괄적 동반자 협력 소식이 있었습니다. 대결이 아니라 협력의 차원에서 보면 반길 일입니다. 동북공정 중국의 북한 흡수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며, 경제 패권을 노리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함께 번영할 수 있는 시기가 열린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담대한 구상이라는 북미 협상이 있었습니다. 비록 협상이 결렬되기는 했지만 제조업 강국, 중국 견제를 위한 방안으로 논의되었습니다. 좌우 이념으로 갈라치기된 상황이라 우리는 그런 맥락을 이해하기를 거부했지만 말입니다. 오랜 기간 지속되었던 대북 경제 제제가 끝나면 북한 경제도 좋아질 것입니다. 다른 동북아 3국, 한중일처럼 말입니다.
중국의 성장과 그 결과들을 보고 있으면서도 아직 한국인들은 중국의 발전과 성장 가능성을 폄하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시대가 바뀌고 관점이 바뀐 탓일까요. 과거에는 그렇게 부모의 나라라 섬겼음에도 말입니다. 여전히 진영논리에 빠져 변화되고 있는 세상을 보는 것에 인색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현재 미국과 서방이 우방이긴 하지만 우리의 미래를 책임져 주지 않습니다. 아프리카, 남미, 중동의 반서방국가들의 저항에 직면한 미국이기 때문입니다. 천문학적인 부채, 브릭스의 결집으로 기축 통화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 혈맹이라 부르며 추종하고 있는 미국에 대한 우리의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 또 어떻게 될까요.
세계화의 가치가 밀려나고 민족의 가치가 부상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나라들이 자주를 외치며 서방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고 있고, 가자 사태로 아랍 민족들이 단결하고 있습니다. 멕시코를 필두로 중남미 국가들도 미국의 속국이 아니라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서방 주도의 단극화가 그 끝을 보이고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한민족이 함께 더 잘살고, 후손들에게 더 좋은 것을 물려주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야 할 때입니다. 제주 감귤의 고향, 중국 원저우에서 든 생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