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숨은 나
<아리에트와 그림자들>은 2022년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프리마 수상작으로 마리옹 카디가 지은 그림책이다. 작가를 소개하는 페이지에 마리옹 카디는 "이상하면서도 환희에 찼던 어느 하루에 대해, 그림자라는 말속에 담긴 겹겹의 의미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생각해 보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이야기는 "옛날옛날에 사자가 살았어요."로 시작된다. 사자가 살았는데 사자가 죽고 사자의 그림자만 남게 되었다.
사자의 그림자는 다른 누군가의 그림자가 되기 위해 길을 나선다. 꽃이나 오리의 그림자는 되지 싶지 않았고, '아리에트'라는 아이의 그림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사자의 그림자를 갖게 된 아리에트는 자신의 사자 같은 그림자를 보고 사자가 된 것처럼 기운이 샘솟는 걸 느끼며 힘차게 학교에 간다.
사자의 그림자를 가진 아리에트는 학교에서 다른 날과는 다르게 재미있고 활기차게 논다. 수업시간에 발표도 잘하고, 밥도 많이 먹는다. 그래서 원래 자신의 그림자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자의 그림자를 갖게 된 아리에트는 맹수처럼 친구들을 겁주고, 수업시간에도 울부짖으며 수업을 방해한다. 선생님께 혼이 나는데, 혼이 나는 건 아리에트 혼자 뿐이다. 아리에트는 사자의 그림자를 보고 말한다.
"넌 사자의 그림자잖아. 나는 사자가 아니야."
자신을 닮은 그림자를 이리저리 찾아다니던 아리에트는 침대 아래로 들어가게 되고, 그곳에서 사자의 그림자를 따돌린다. 침대 아래에는 상자 안에 작은 거울이 들어 있었고, 그 거울 속에서 아리에트는 자신의 그림자를 찾는다. 이제 아리에트는 두 개의 그림자를 갖게 된다.
두 개의 그림자와 아리에트는 셋이 함께 사는 방법을 깨우치며 날마다 재미있게 지낸다.
작가가 말했던 것처럼 그림자라는 말속에 담긴 의미를 통해 독자에게 뭔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그림책이다. '그림자'라는 겹겹의 의미가 무엇일까. 먼저 그림자는 말 그대로 그림자다. 내 그림자는 내가 될 수 없다. 내가 팔을 올리면 나를 똑같이 따라 할 수 있을 뿐이다. 둘째로 그림자는 만져지거나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림자는 빛이 있어야, 빛이 가려짐으로 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빛과 그림자'라는 말이 여기에서 파생된 듯싶다. 그림자는 어둠을 상징한다. 빛은 긍정적인 반면 어둠을 상징하는 그림자는 부정적인 이미지다. 빛은 밝고 환하지만 그림자는 어둡다. 이런 그림자의 의미를 염두에 두고 작가는 이 책을 썼을까?
그런데 그림자가 보통의 그림자가 아니라 동물의 왕이라는 사자의 그림자다. 인간이 생각하는 사자는 용맹하지만 또한 거칠고 포악하다. 사자의 그림자가 생긴 아리에트가 처음에는 용감해져서 학교에서 어떤 일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당당함이 지나쳐 거칠고 포악해져서 친구들을 괴롭히고 선생님께 꾸중을 듣게 되었다. 두 개의 그림자, 즉 인간의 그림자와 사자의 그림자가 조화를 이루었을 때, 아리에트는 재미있는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두 개의 성격, 즉 아리에트의 그림자인 사람이 가진 이성적인 성격과 사자의 그림자가 가진 용감하지만 거친 성격을 '그림자'를 통해 보여준다. 아리에트는 사자의 그림자를 가지지 않았을 때는 학교에도 가기 싫었다가 사자의 그림자를 갖게 되자 생활이 즐거워졌다. 무서울 것이 없어졌다. 그러나 자신의 그림자를 잊어버리고 오직 사자의 그림자만으로 살게 되자 사자처럼 난폭해지고 말았다. 두 성격 중 하나만으로 사는 것보다, 그리고 하나의 성격이 정해진 선을 넘지 않고 두 개의 성격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인간은 가장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다고 말하는 듯싶다. 자기 안에서 잠자고 있는 사자의 성격도 잊지 말고 깨워 함께 살아가라는 것까지.
빛과 어둠으로 대변되는 사람의 그림자와 사자의 그림자, 빛은 어둠이 있어야 환하며, 환한 빛일수록 어둠에 더 많은 빚을 진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