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인도 예술가도 아니지만, 내 인생 음악을 통해 세상사는 멋과 맛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음악 이야기와 그런 내용의책에는 유난히 안테나가 올라간다.
김소월의 시 '초혼'이 만들어진 배경에 집안에서 강요한 조혼과 연인 '오순이', 그녀의 죽음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다면 시를 읽고 이해하는 바가 달라질 수 있는 것처럼, 음악이 만들어지고 사람들 입에서 불리고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이유도 당시 시대적 배경과 예술가의 내면을 어느 정도 안다면 이해가 쉬울 테고 오래 사랑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다.
고원영 작가는 '저절로 가는 길'이라는 모임을 통해 알다가 내가 활동했던 광릉숲, 봉선사를 가이드하며 인사드리곤 文友로 관계하며 그의 활동을 응원하고 있는데, 새해 첫날 책을 출간하셨다고 해서 살펴보니 내가 좋아하는 음악 장르의 내용을 쓰신 것 같아 냉큼 구입해 쳅터별로 소개된 내용을 읽으며 감성을 충전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다른 녀석들이 독재를 넘보고 있지만 군사독재가 지배했던 후진국 시절, 그때 지구에 살던 청년들은 유난히 시대의 모순과 반전, 평화의 메시지에 귀 기울이며 세상의 변화를 요구했던 것 같다.
책은 전생에 스님이었을지 모른다는 작가가 청년시절부터 듣고 사랑했던 아티스트 여덟 명의 깊은 이야기와 음악으로 느낀 풍경을 소개한 여러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있는데, 만나 본 적 없지만 음악을 통해 그들과 지구별에서 함께했던 추억을 에세이 형식으로 엮어 잔잔한 감동이 다가왔다.
한 때 나도 DJ라는 것을 이루고 싶은 꿈으로 여기며 신당동과 홍대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어 노랫말 이야기와 대중예술인의 가십(gossip)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내가 알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평론은 아니면서도 분석을 통해 '그것이 그러므로 아름다웠다'라고 이야기하며 삶과 죽음에 관한 철학의 영역을 여러 선각자를 인용하고 작가의 생각으로 일깨워 주고 있었다.
기술이 발전하고 음악과 관련된 책을 읽을 땐 책 옆에 태블릿 놓고 이어폰 끼고는 유튜브와 구글 번역기를 띄워 놓고 책을 읽는다.
책에 소개된 음악은 스펠링만 정확하면 그것이 아르메니아든, 네팔이든 구글에서 거의 모두 검색되니 소개된 내용을 참고 삼아 감상해 보는 것인데, 언어를 이해해야만 감동이 오는 것 아니다.
작가는 책에서 '감동은 리듬이 청음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데서 온다. 리듬은 청음자의 화학적 경험이나 정서를 불러오기도 하는데, 가수의 목소리는 악기 소리와 마찬가지로 리듬에 덧붙이는 채색이다. 거기에는 명도와 채도, 질감과 농담이 배어 있다.'라고 표현했는데, 전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이다.
읽기 만만한 책 찾기 쉽지 않은데 [별에게로의 망명]을 추천하는 이유는 나도 그 시대 언저리에 있었고 그들의 아픔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인데, 잊었던 음악들 듣다 보니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