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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아빠 Sep 26. 2023

세계전통예술페스티벌 현장을 직관하다

우정의 연대

전 세계 약 200개 나라가 있고 민족으로는 더 많은 다양함이 있다는데 내가 아는 것은 미국 음악뿐이었던, 한국이 미국의 패권 아래 있다는 것을 알기도 전인 20대 나이에 미국애들 표현으로 제3세계 음악에 관심을 가진 적 있다.

헤드폰 쓰고 음반을 통해 유럽을 찍고 남미를 넘어 아시아로 돌아오는 약 10년의 여정은 그 다양성을 확인하고 예술의 깊이를 느끼는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그러다 우리 전통을 모르는 무지함을 자책하며 한민족의 옛 음악에 빠지다 지금처럼 많은 예술인을 만나게 되었으니 인생 참 재밌게 살고 있다.

민요 소리꾼 최윤영 씨가 대표로  세계전통예술페스티벌을 준비하면서 지자체 지원을 받지 않았다고 하는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자체장, 정치인을 내빈으로 모시고 하는 행사가 지원금 때문에 규모에는 적절함이 있을지 몰라도 이런저런 의전으로 생기는 번거로움을 잘 아는지라 그 용기에 박수 보내다가, 돈 없어 전문음향장비는 못 쓰고 버스킹장비 꺼내서라도 할 기세에 감동해 그런 마음이라면 뭐라도 도와야겠다 싶어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카메라를 메고 충북 영동 ‘물한계곡’으로 찾아갔다.




2박 3일간 참석 인원을 굳이 따지면 아마 초등학교를 막 입학한 아이들이 셀 수 있는 큰 숫자의 사람들이 왔다고나 할까? 하지만 깊이를 이해하고 놀 줄 아는 선수들은 제법 왔던 것 같다.

플라멩코 기타리스트 '클레멘테 민'은 외가가 나고야라고 했다. 나고야에서 태어나 열 살쯤 되던 해 부모님 따라와 부산에서 살다가 스페인으로 기타 공부하러 갔었다는데, 영어와 스페인어가 능통이니 세계인들과 소통은 식은 죽을 마시는 듯했고, 아프리카와 중동 유럽이 만나는 스페인에서 기타 비스므리한 현악기는 다 만져 본 듯 못 다루는 악기가 없었다.




다양한 외국인이 계셨지만 그중 단연코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는데, 국방부에서 폐기한 밀리터리룩 군복 바지의 대전 아줌마는 미국인이라고 했다. 그러나 대화를 들어보니 튀르키에, 아니 더 구체적으론 아직도 국가가 없는 허구한 날 국제사회에서 뒤통수만 맞는 '쿠르드'출신인 듯했고, 집시의 피를 물려받았는지 '탐보르'연주를 할 줄 알았고 리듬에 흥이 붙으면 춤추고 노래했다.

또 한 그룹은 세계민속 악기를 모으는 게 취미라는 아주 젊은 친구들이었는데, 컬렉터는 대부분 일단 사고 질러보는 사람들인 줄 알았더니 그들은 직접 수집한 악기를 연주하는 재미까지 찾고 익히는 아주 괴짜들이었다. 하도 자랑을 해서 장난 삼아 "두둑"도 있어요? 했더니 "네, 아르메니아 악기요? 있어요"라고 하며 케이스에서 두둑을 꺼내 리드를 물고 볼을 빵빵하게 부풀려 소리를 내며 연주했다.

해가 떠 있는 동안에는 Cobriza의 플라멩코와 Sonia의 즉흥 춤과 미얀마 아이들의 귀여운 춤과 민요 신동들의 재롱까지 볼 수 있었지만, 전등처럼 달이 켜지고 별이 쏟아지면, 이름을 다 기억하지 못하는 선 굵은 음악가들이 악보도 없이 선율과 리듬에 미처 깜빡이도 안 켜고 무작정 달러나 와 즉흥적인 시나위를 펼쳤다.

'클레멘테 민'이 한 말 "우정의 연대"  

그랬다, 음악 하는 예술인들이 모여 우정을 확인하고 무작정 콜라보하는 것을 즐기는 이번 축제는 다음 해에 또 적당한 장소에서 제2회 '세계전통예술페스티벌'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러니 "나 음악 하는 예술인이요"라고 생각되는 세계인이라면 누구나 찾아와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예술로 '우정의 연대'를 이어 보시길 강력히 추천한다.




그리하여 최윤영 대표를 중심으로 '십시일반'해 만든 히피캠프에서 예술인들의 열정을 느끼고 사진에 담은 2박 3일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 중 또 하나라 자부하며 나름 노력해 찍은 생생한 장면들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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