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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아빠 Oct 01. 2023

바이크를 질러?

인생을 즐기는 방법

지나가던 빅바이크가 갑자기 마당으로 들어와 시동을 끄더니 핼맷을 벗은 아저씨가 인사를 했다.  

"오랜만입니다"


가만 보니 동네에서 짜장면집을 오래 운영했던 분인데, 97년에 이사 온 날도 분명 짜장면을 시켜 먹었을 테니 어쩌면 첫 이웃이었을지 모르는 사이였지만, 그렇다고 사적으로 어울려 본 적은 없는 오래도록 인사만 하고 지내던 유쾌한 아저씨였다.


평소엔 시티100이라고 중국집 배달맨들이 흔히 타는 빨간색 오토바이에 핼맷도 오토바이용이 아닌 하얀색 공사판 안전모를 쓰고 다니던 분이 근사한 빅바이크를 타고 등장했으니 '이기 머선일이고?'가 나오는 것을 누르고 인사를 나눴다.


못 본 사이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는데, 25년쯤 운영했던 알짜베기 짜장면집은 권리금 받고 넘겼고, 그러는 동안 일에 찌들어 못 논 것을 분풀이하듯 실컷 놀았고 놀고 있다며 이 세상 다 가진 것 같은 살아있는 표정을 짓고 있으니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요, 1100cc인데 클러치가 없어서 땡기면 그냥 가요"


처음 알았다. 빅바이크는 스쿠터와 다르게 전부 수동으로 기어를 넣는 길들지 않은 야생마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어라? 빅바이크도 오토가 있다고?'


바이크가 궁금한 나와 인생을 자랑하고 싶은 그와  각자의 이야기를 한참 나눴는데, 난 궁금함이 해소되어 볼 일 다 봤지만, 그분은 커피라도 한 잔 주기를 바라며 이빨을 털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일하다 잠깐 나왔는데 들어가야 해요, 어서 가세요" 떠밀듯 가시라 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가 팔아준 짜장면이 바이크 되어 돌아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주의가 경쟁을 부추겨 경제를 살리는 구조인 것 잘 안다. 그래서 "성공한 남자들의 로망, 그랜져~"라는 광고가 나와도 '또 지랄이군'이라며 빚을지거나 말거나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구조를 손가락질했는데,


"아~ 비끄바이크~" 병나게 생겼다.


한 달 뒤 생일은 돌아오지만, 또 크리스마스에 내짝님이 열쇠 같은 걸 무심히 툭 던져줄 일 없다는 것 잘 알기에  분이 나에게 짜장면을 팔아 그렇게 한 것처럼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구나 각성하고 어제는 추석 연휴인데도 열심히 일했다.


누가 금융치료 같은 건 안 해줄 테고 짜장면이 빅바이크가 되기도, 빼빼로가 롯데월드타워가 되기도 하는 모습이 자본주의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난 노래 부를때가 제일 행복하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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