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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아빠 Oct 09. 2023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 장욱진 회고전

나도 저 정도는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석조전을 언제부턴가 국립현대미술관이 직접 운영하며 거장들의 전시를 이어나가고 있어 가끔 찾는데,  장욱진 화백의 작품을 전시한다기에 그  깊이를 느끼기 위해 덕수궁을 찾았다.

'장욱진은 한국 근현대화단에서 이중섭, 김환기, 박수근, 유영국과 함께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2세대 서양화가이자, 1세대 모더니스트이다'

1920년대 학창 시절부터 1990년대 작고할 때까지 60년간 그려 온 작품이라는데, 1층에서 2층으로 4개의 전시장에 상당히 많은 전시물이 있어 눈으로 마음으로 담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까치와 나무, 해와 달을 주로 그렸으면서도 새로운 발상과  새로운 방법으로 작업했는데, '보고 싶은 대로 그냥 보고 있는 것'과 '지식을 가지고 관찰해서 보는 것'은 다르다며 점 하나 선 하나에도 지나칠 만큼 엄격했다는 작품들,

감상하다 보니 왠지 모를 자신감이 올라왔다.


사실 내 그림 실력은 평범에서 떨어지는, 그러나 순수하게만 본다면 유치원 아이들 수준 정도 일 거다.


사람을 그린다 치면 졸라맨 수준이고 집을 그리라면 초가집 이상을 그려 본 적 없으니 그림에 대해선 나 스스로도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인데, 장욱진 화백의 초기 작품은 '나도 저 정도는 그리겠는데?' 싶을 정도로 아주 이해하기 쉬운 일러스트로 보였다.


집에 비싼 술 쌓아 놓고 소주 마시는 사람과 소주 밖에 마실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이 술맛을 이야기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것이지만, 단순한 선 몇 가닥으로도 세상이 감탄하는 것 보니 졸라맨도 자신감을 갖고 더 다양하게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결같은 소재로 비슷한 발상과 비슷한 방법을 사용하며 평생을 그려온 작품들이 가득한 덕수궁에서 '장욱진 회고전'을 통해 예술은 자신감과 더불어 '지속성과 일관성'이 중요함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나이는 먹었어도 앞으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으니 이래저래 도움이 된 것 같다. 게다가 늙다리 대학생으로 문화생활에서 공짜라는 혜택을 보는 것이 미안하면서도 기쁘다.

ps. 월요일은 휴관이라는데, 오늘은 국경일이니 관람 가능 여부는 확인하고 다녀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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