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혐오의 유행과 게임 산업의 영향성 사유하기

NC 죽이기를 바라보며

by 뱀뱀

201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에 접어들며 한국 게임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NCSOFT(이하 NC)에 대한 혐오 정서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이 현상은 단순한 소비자 불만을 넘어 일종의 문화적 코드 혹은 소셜 밈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직접적인 피해 경험이 없는 비구매 소비자들까지 'NC는 망해야 한다'는 정서를 공유하는 구조는 이례적이다.

이 글에서는 이 정서적 흐름의 형성과 소비 구조를 살펴보고 그것이 게임 산업 전반에 미칠 가능성과 위험을 함께 고찰해 보고자 한다.


NC가 비판받는 지점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과도한 과금 유도, 불투명한 확률형 시스템, 구조적으로 과금 유저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밸런스, 그리고 유저 피드백에 대한 무시 등은 단지 운영의 방향성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 시스템 설계 자체에 내재된 불공정의 문제였다.

여기에 더해, 결정적인 순간에 소중한 소비자들의 신뢰보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듯한 판단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운영 방향성은 비판을 더욱 가중시켰다. 대표적으로 '문양 사태'라 불리는 사례에서는, 심각한 오류에도 불구하고 유저 보상이나 오류 복구보다는 손실 회피와 유료 상품의 가치를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둔 대응 방식이 많은 이용자에게 깊은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

이러한 결정들은 단순한 실수로 보이기 어렵고, 소비자들로 하여금 기업의 윤리적 우선순위가 이미 자신들 밖에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특히 최근 세대가 중시하는 ‘공정성’이라는 시대정신의 흐름 속에서 이러한 구조는 더욱 강한 반감을 유발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이라면 ‘과금도 실력’이라는 말이 통했을지 몰라도, 지금의 플레이어들은 ‘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데 왜 기회의 구조가 심각한 차이를 가져야만 하는지’ 그 설득력을 조명하고 감각을 가차없이 공유한다.

다시 말해 NC의 실책은 시대가 변했음에도 과거 방식에 머문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는 단순한 기업 실패를 넘어 정서적 배신감으로 비화되었다.


이러한 정서적 배신감은 단순한 실망이나 불만으로 머물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감정은 불신과 냉소, 그리고 커뮤니티 내에서 공유되는 공격성으로 서서히 전환되었고, 결국에는 특정 대상에 대한 집단적 정서 소비 즉 '혐오'라는 방식으로 발현되기에 이르렀다.

내가 오늘 이 글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NC의 잘못이 얼마나 위중했는지 혹은 그 책임이 어떻게 다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그보다도 지금 이 시점에서 주목하고 싶은 건 이 사안을 둘러싼 소비자들의 집단적 정서 반응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다.

혐오가 단순한 비판을 넘어서 어떤 구조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함께 들여다보고 싶다.


오늘날 혐오는 정보 전달이나 문제 제기 수단이 아닌, 커뮤니티 내 소속감 확인 및 놀이의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정서적 유행에 편승해 조롱과 참여를 반복하며, 그 대상은 대상의 실책 여부와 무관하게 반복적으로 설정될 때도 있다. 이는 연예계, 정치계, 유튜브 생태계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된다.


이러한 정서 구조는 혐오의 종결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한 대상이 사라지면 다음 대상이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그때마다 '심심했는데 잘 걸렸다'는 식의 조롱과 낙인이 이어진다. 이는 혐오가 목적이라기보다 일종의 감정 유희이자 소셜 리추얼로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여기에 있다. 우리는 단지 분노를 드러내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그보다, 그 분노의 끝에는 무언가가 바뀌길 바라는 구체적인 요청과 구조적 제안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혐오는 빠르지만 변화는 느리다. 그리고 그 느린 변화는 오직 건설적인 비판과 토론의 문화가 공존할 때만 가능하다.

비판의 대상이 '공공의 적'이 되면, 그것이 사라졌을 때 혐오 정서는 종결되지 않는다. NC가 몰락한다면 소비자 정서는 새로운 대상을 향해 순환할 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산업 구조는 손상된다.


NC는 단지 내부 인력만으로 움직이는 조직이 아니다.

그 생태계는 사운드, 아트, UI 등 각종 비주얼 제작을 담당하는 외주 전문 스튜디오, 게임 내 대사와 트레일러 작업을 위한 성우 산업, 시스템/콘텐츠 개발을 분담하는 중소 외주 개발사 및 협력사, 버그 검수와 플레이 테스트를 담당하는 QA 전문 외주 조직, 이벤트 기획 및 콜라보 콘텐츠를 연계하는 스트리머/블로거 등 IP 파트너 및 콘텐츠 에이전시, 대규모 캠페인을 집행하는 마케팅 대행사 및 랩사와 퍼포먼스 채널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간접 고용 인력들까지 폭넓게 연결되어 있다.

단 하나의 라이브 게임이 유지되기 위해 이 모든 유관 업종이 주기적으로 예산과 일감을 받아야 하며, NC의 존재는 그 생태계 전체의 수요와 고용을 자극해왔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2024년 말에 발생했다. NC가 마케팅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주요 광고 파트너였던 웹진 ‘인벤’은 수익 구조가 급격히 위축되었고 이는 곧 조직 해체 수준의 구조조정과 대규모 해고 사태로 이어졌다. 모든 상황이 NC의 예산 삭감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이 예시에서 NC라는 특정 기업의 정책 변화가 언론, 콘텐츠 유통, 마케팅 생태계 등 비게임 분야까지도 직접적인 고용 충격을 유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즉, 이미 고용 위협의 연쇄는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위기는 단지 게임 업계 종사자의 일자리 문제를 넘어서며, 한국의 지식 기반 산업 구조 전반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NC라는 특정 기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처럼 한 기업이 몰락의 대상이 되고, 다음 기업도 이어서 정서적 소비의 타깃이 되는 순환 구조 자체가 문제다.

이 정서의 흐름이 계속된다면 업계는 지속적인 신뢰 손상의 연쇄 속에서 어떤 기업도 장기적 기획이나 혁신을 시도할 여유를 갖기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는 지금, ‘왜 소비자는 게임회사를 미워해야만 하는가’라는 구조적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에 있다. 혐오의 방식이 아닌, 비판과 비전의 방식으로 산업을 논의할 수 있는 정서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 문제를 단지 하나의 기업 차원에서만 바라보는 건 충분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 기업이 놓여 있는 제도적 환경과, 그 산업을 바라보는 사회 전체의 시선 역시 이 사태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정책은 기업의 생존 가능성과 방향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NC의 위기가 기업 내부의 문제라면, 그 배경에는 지속 가능한 게임 생태계를 설계하지 못한 산업 진흥 전략의 부재가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이 산업을 국가 차원에서 어떻게 다뤄왔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게임은 이미 수출액 기준으로 주요 콘텐츠 산업 중 하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관점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시대가 변하고 수출액이 커진 지금에도 정치권의 입장은 전통적인 시각에 머무르고 있는 듯하다. 산업의 진흥을 위한 관심보다는 자극적인 단속에 연연하고 있는 모습을 더욱 자주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소비 생태계마저 혐오 중심으로 재편된다면, 산업 전반은 자생력 자체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비판을 멈추고 자중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비판은 더 날카롭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다만 그 비판이 조롱이나 감정적 소진으로 머물지 않도록, 우리는 더 정교한 언어를 찾고, 구조를 이해하고자 하는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제 제기와 건설적 요구가 함께 가는 문화. 그것이야말로 이 산업을 바꾸는 진짜 자정의 힘이다.


특히 주목할 지점은 NC에 대한 가장 강한 혐오 정서를 표출하는 집단이 고등교육을 받은 청년층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높은 비율로 지식 산업에 진입할 가능성을 지닌 세대로서, 한국 사회의 산업 구조상 콘텐츠 산업과 기술 기반 산업 내에서 주요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재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중 다수는 산업의 문제를 비판하고 개선하기보다는 파괴와 조롱의 정서에 기울어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단순한 소비자의 반응이 아니라, 산업적 자각의 부재를 드러내는 현상이며 동시에 한국 지식 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구조적 징후이기도 하다.


NC가 지탱해 온 유관 산업 네트워크는 수많은 중소기업, 기술직군, 창작 생태계 전반에 자금의 흐름과 기회를 제공해왔고, 이러한 산업 인프라는 한국 경제의 조건상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지식 기반 산업은 부가가치 창출의 핵심 수단이며 청년층 역시 그 산업의 연장선 안에서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렇기에, 이들이 산업의 비전 제시보다는 감정적 손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구조적으로 우려스럽다. 결과적으로 이는 산업의 침체에 영향을 주게 될 수 있으며, 결국 그 피해는 다시 우리 세대와 그 다음 세대에게 돌아온다.


또 하나의 중요한 논점은 감정 구조 자체의 피로와 소비 방식이다. 혐오의 감정은 반복되는 대상 교체를 거치면서 점차 '놀이화'되고, 그 소비 방식은 정보 공유가 아닌 감정 소속의 확인을 목적으로 한다. '함께 분노해야 살아남는다'는 커뮤니티의 감정 규제는 개인의 목소리를 규격화하고, 중립적 견해조차 허용하지 않는 감시적인 분위기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은 단지 게임 산업에 국한되지 않으며, 한국 사회 전반의 '감정 동원 방식'에 대한 구조적 피로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의 감정 동조 구조는 산업 담론의 건강한 순환을 가로막고, 논리보다는 분위기에 편승한 정서적 동조가 중심이 되는 경향을 심화시킨다. “왜 NC 욕 안하세요? 설마 돈 받으셨어요?” 라는 날카로운 구독자의 지적에 팬의 후원으로 먹고사는 유튜버는 노심초사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비판자가 더 늘거나 줄거나의 문제를 이야기할 단계는 지나왔다.

우리는 그 이후를 말할 수 있는 사람들, 감정을 넘어서 구조를 분석하고 조롱이 아닌 대안을 말하는 논객의 출현이 필요하다고 나는 확신한다.

이제 그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야 한다.


비판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혐오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산업에 대한 문제 제기는 감정의 소비가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구조적 질문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중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담론의 계몽'과 그 화자이다.


우리는 NC가 아닌, 'NC 이후'를 논해야 한다. 그것이 단순한 붕괴가 아니라 다음의 대안을 준비하는 시선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그 준비는 한순간의 분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토론 문화와 책임 있는 요구의 언어로 이뤄져야 한다.

혐오의 시대를 지나, 변화의 시대를 만들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이 아닌 구조를 이해하려는 지적 연대다.


지금, 이 질문을 꺼내야 할 때다. 그리고 이 글이 그 질문의 시작이자, 새로운 말하기 방식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다. 이 글은 당신이 틀렸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이 감정 구조를 넘어, 하나의 구호를 제안하는 것이다.

‘비판을 넘어, 바꾸자.’ 그것은 주장이라기보다는, 함께 외쳐도 괜찮을 말이길 바란다.


다음에는 NC의 실질적인 실책과 이에 대한 복권에 대한 개인적 견해, 그리고 이와 같은 문제를 나와 동일한 위치에서 다루는 오피니언 리더들(유튜버, 스트리머 등)의 시각에 대한 호소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 여전히 표심은 자식의 ‘게임중독’을 우려하는 부모 세대에 있다고 보고 있을까? 이젠 그 자식들이 부모가 된 시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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