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는 왜 ‘잘 만든 게임’ 다음을 만들지 못했을까

by 뱀뱀

‘NC 시리즈’라 부를 수 있다면, 이 글은 그 마지막이다.


첫 번째 글에서는 산업 전반을 위협하는 혐오 정서의 확산과 그 소비 구조에 대해 이야기했다. 분노 그 자체보다 그 분노가 어떻게 문화로 소비되고 구조화되고 있는가에 주목하며, 이를 단순히 특정 기업에 대한 비판으로 판단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글은 그 흐름을 이끄는 ‘말하는 사람들’, 즉 커뮤니티,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 등 담론 생산자들, 지식 권력층의 책임 있는 태도와 언어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비판이 반복 소비되는 환경 속에서, 누군가를 꾸짖는 행위 자체가 생계 수단이 되는 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봤다.


그리고 이 글은, 무엇보다 그 중심에 선 NC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앞선 두 글이 산업을 둘러싼 정서적, 담론적 환경에 대한 관찰이었다면, 이번 글은 그 환경 속에서 NC가 무엇을 선택했고 무엇을 선택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성찰의 요청이다.


NC는 성공한 게임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 성공을 바탕으로 더 많은 성공을 설계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자본을 어디에 어떻게 다시 투자했는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답을 기다리고 있다.

이 글은 비판보다 물음에 가까운 글이다. 비난보다 회복의 가능성을 묻고 싶고, 혐오보다 전환의 실마리를 함께 찾고 싶다.



리니지는 잘 만든 게임이다. 통상적인 ‘과금 유도’, 그것이 문제는 아니다.

NC의 간판 IP ‘리니지’는 그 완성도와 사업적 성취 면에서 부정할 수 없는 시리즈다. 수많은 유저가 과금을 지속하며 이탈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게임성과 재미 설계의 정교함은 업계 최고 수준임을 증명한다. ‘리니지’는 단순히 중독을 유도하는 도박 게임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지향, 결핍, 로망을 정확히 자극하며 이를 만족시킬 적정한 가격과 타이밍, 그리고 철저한 효능감을 제공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요컨대, “비싼 게임이지만 잘 만든 게임”이다.


나 역시 ‘리니지2M’을 직접 플레이한 경험이 있다. 그 전까지는 막연히 ‘과금 유도 게임’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실제 접해본 경험은 선입견을 깨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게임성, 시스템 완성도, 연출 등 모든 면면에서 분명히 기대를 뛰어넘는 충격을 받았고, 시장의 많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유저들이 이 게임에 머무는지를 확실하게 이해하게 되었다.


‘리니지’는 ‘리니지 라이크’라는 장르명까지 만들어내며 업계 전체에 영향을 준 게임이다. 실제로 다른 개발사들에서도 이 문법을 채택한 게임들이 출시되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즉, 게이머들은 MMORPG를 ‘리니지처럼 만드는 것’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다.
유저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점은, NC가 새로운 시도 없이 리니지의 반복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리니지의 반복, 그리고 ‘자본의 재투자’ 실패

결국 NC는 “한 번의 성공을 바탕으로 더 많은 성공을 설계하는 법”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반복이 문제되는 이유는 단지 브랜드가 주는 피로감이나 고루한 이미지 차원의 것이 아니다. 리니지를 통해 축적한 자산이 더 이상 ‘미래’로 확장되지 않는다는 실망스러운 시그널에서 그 약점과 문제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그래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질문은, 그 잘 만든 게임으로 벌어들인 천문학적 자본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가이다. 이 자본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NC가 오늘날의 위기를 대비할 수 있었는지를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결론부터 말해보자면, 이 수익이 더 넓은 팬 층을 확보하는 데 쓰였다면 나는 NC가 더 입체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 판단한다.



재투자의 실패, 포트폴리오 다변화 부족

NC의 가장 큰 실책은 앞선 글 들에서 서술한 ‘리니지’ 시리즈의 운영적 실망감이나 유저 기망과 같은 단발적 논란(물론, 업보 스택에 포함되지만)을 넘어, 하나의 거대 팬덤과 그 수익에만 기대어 산업적 의무를 회피한 전략적 태도라 짚어보고 싶다. ‘리니지’로 인해 흡수한 거대 자본과 우수한 인재 풀, 브랜드 자산을 바탕으로 더 젊고 다양한 타겟을 포괄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들은 기술을 업그레이드한 또 다른 리니지, 해외 진출용 리니지, 자동화를 강화한 리니지를 내놓는 등, 본질적으로는 같은 게임의 반복된 변주를 이어갔다.


대표적인 사례가 ‘블레이드앤소울2’다. NC는 새로운 게임을 만들었다고 홍보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껍데기만 B&S인 또 하나의 리니지를 만들었다. B&S라는 IP가 지닌 미학과 세계관, 그리고 전투의 감각을 잇는 새로운 시도라기보다는, 익숙한 BM 구조와 반복된 과금 동선이 주를 이루는 게임이 되어버렸다. 여기에 소비자 기망의 오명을 뒤집어 쓴 사전 홍보 영상들도 거들었다.

말하자면, '새 게임'을 만든다고 알렸지만 그 실상은 결국 감춰놓은 리니지였던 셈이다.

이 시점부터 유저들은 'NC는 왜 창의적 도전을 포기했는가'라는 질문을 진지하게 던지기 시작했다.


물론 기업의 목적은 이윤 추구이기에, NC의 이 같은 결정이 반드시 잘못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NC가 보유한 자본력과 인재 풀, 그리고 시장을 선도했던 과거 상징성이 있었기에, 그 막대한 자원을 창의와 미래를 위한 투자로 돌리지 못한 점은 단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단편적 비전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리니지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단순한 ‘보상’이 아닌 새로운 팬을 만들어내기 위한 ‘재투자’의 자산이기도 했을 것이었다.
이 투자가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이루어졌더라면, 오늘의 NC는 非 리니지 유저로부터도 훨씬 더 다양한 평가와 지지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 세대와의 접점은 어디에 있었는가

결국 이러한 '진지하고 열정적인 재투자의 부재'는 ‘다음 세대의 부재’라는 훨씬 더 심각한 결과를 낳았다.

모든 소비재가 그렇듯, 콘텐츠 산업은 새로운 세대를 포섭하지 못하면 생존할 수 없다. 지금의 NC는 ‘린저씨’로 대변되는 중장년 유저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냉정히 말해, 이들은 물리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더 이상 새로운 팬덤을 대체하지 못하는 세대다.


문제는 단순한 팬의 노화가 아니다. NC가 다음 세대를 포섭할 새로운 게임, 문법, 철학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마치 연예기획사가 끊임없이 신인을 데뷔시키며 미래의 팬을 확보하듯, 게임사 또한 다음 세대 유저를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NC는 과거 리니지를 통해 시장의 선두에 섰지만, 그 이후로는 다음 세대를 위한 전략적 시도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혹은, 다소 실망스러운 행보를 거듭했다). 지금의 NC는 ‘돈은 있지만 팬은 없는 회사’가 될 위기에 놓여 있다. 이 구조는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위험한 구조다.



만회가 가능할까?

지금의 NC가 직면한 상황은 단순한 비판 여론이나 이미지 악화의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주제 의식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다음 선택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회복이 가능한 위기인지, 아니면 구조적 쇠퇴로 굳어질 것인지를 가늠하는 미래 생존의 분기점에 와 있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지금 NC가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떻게 욕먹지 않을까’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고민을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 물음이다.


나에게 남아 있는 창의성과 자본은 앞으로 무엇을 위해 쓰여야 하는가?

우리는 지금, 어떤 세대를 위한 게임을 만들고 있는가?

이 거대한 기업 구조는 과연 다음 세대의 감각을 담을 수 있게 짜여져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스스로의 답과 변화 없이는 어떤 실행도 회복의 이름으로 불리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질문들에 대해, 사실 조심스럽지만 나만의 답을 갖고 있다.

바로 "NC는 더 작고 기민한 창의의 구조에 투자하고 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NC가 보유한 자본력과 역량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면, 지금껏 해온 대작 개발의 몰두를 넘어 작고 창의적인 팀을 키워내고 선도하는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는 조건으로도 보여진다.

거대 조직이 모든 것을 내부에서 통제하려는 방식이 아니라,

외부의 신선한 시도들을 과감히 수용하고, 산업 전체의 창의 생태계를 확장하는 방식.


그래서 이어지는 질문은,

기존의 개발 구조를 넘어, 외부 창작자와 협업할 수 있는가?

내부 개발이 전부가 아니라는 패러다임 전환은 가능한가?

이다.

이러한 방식으로만이, NC는 ‘리니지 회사’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의 콘텐츠 리더로 다시 설 수 있지 않을까.


재밌는 건, 이미 NC가 이를 실현할 역량을 충분히 갖고 있다는 점이다.
NC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 전략을 실현할 충분한 자본, 인력, 명분을 갖고 있다.

나는 비록 답을 요구하진 못했지만, NC는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 답은 주목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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