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려서부터 농구를 좋아했다.
학창 시절엔 직접 농구하는 것을 즐겼고, 대학교에 입학할 즈음에는 나를 빠져들게 한 Russell Westbrook이라는 선수를 따라 NBA 경기를 시청하게 되었다.
Russell Westbrook은 내 인생의 롤 모델이 되었다. 그는 'Why Not?'이라는 문구를 활용해 자신의 신조를 표현하였다. 이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던지는 의문에 '내가 못할 게 있어?'라고 반문하며, 더욱 열심히 노력하여 목표한 바를 성취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신조와 더불어 그는 경기 중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매 게임마다 쏟아붓는 것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였다. 그렇게, 그는 2016-2017 시즌 MVP가 되었다.
Russell Westbrook의 활약을 지켜보던 때, 나는 대학생이었다. 한창 대학을 졸업하고 어디 취직하지?라고 고민하고 있었다. 취직을 하든 전문대학원을 가든 학점은 중요했고, 학생의 본분은 공부였으며, 학점이 높으면 성적우수장학금을 준다고 했다.
그래서 난 학점을 높게 받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힘들 때는 Russell Westbrook에 빙의해 'Why Not'을 혼자 되뇌며 수업시간에 필기한 모든 것을 외워버렸다. 그렇게 하니 4학년 때, 내 대학교 성적표는 거의 A+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전공과목 총 14과목 중 13과목에서 A+를 받은 내 성적표를 휘날리며 마치 Russell Westbrook이 MVP를 받은 것 마냥 행복해했었다.
그렇게 대학생활을 보내는 도중, 내 안의 또 다른 나는 '근데 그거 A+받아서 뭐하냐'라고 몸부림쳤지만,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그 몸부림을 철저히 외면했다.
내가 4학년이 되던 당시 문과에서 사다리의 가장 높은 곳으로 나를 안전하게 인도해줄 진로는 법조계였다. 학점도 높게 받아놓았으니 LEET만 잘 보면 좋은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좋은 커리어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대는 LEET를 준비하며 무너지게 되었다. 그때의 감정들이 생생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무언가 한계에 봉착하는 것 같았다. 학부시절과 같이 혼자 'Why Not'을 외치며 더 깊이 파고들어보아도 내 실력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내 옆에 있던 친구들은 그냥 심심풀이로 시험을 봐도 내가 쳐다보지 못할 점수를 척척 받았다. 반면, 나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절대 그 점수를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4학년 때까지 받아 놓은 높은 학점과 행운에 힘입어 재수 끝에 좋은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나의 좌절은 여기서 다시 한번 시작되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졸려서 더 이상 몸을 가누지 못할 때까지 공부를 해봐도 높은 학점을 받을 수 없었다. 높은 등수를 향해 노력을 해볼수록 내 몸은 박살이 났고, 쏟아부은 노력 대비 아웃풋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때, 나는 내가 Russell Westbrook에 빙의해서 'Why Not'을 외치며 아무리 노력을 해도 절대로 사다리의 최고점에 닿을 수 없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설사 닿을 수 있다고 해도 내가 좋아하는 것, 내 건강 등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 허무함은 내 인생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분명히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는데, 내가 위치한 곳은 어디인지를 생각해보았다. 나의 위치는 사다리 중간 어느 부분이었다.
내 아래 칸에도 윗 칸에도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사다리를 오르고 있었다. 개중에는 나처럼 '내가 뭐 하고 있는 거지'라고 머뭇거리는 사람도 있었고, 사다리타기에 도가 트여 누구보다 빠르게 윗 칸으로 향해가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Russell Westbrook같이 군계일학의 모습을 보이며 사다리 꼭대기를 향해 가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그들과 같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그들과 같이 될 수는 없다.
NBA를 예로 들어보자. NBA는 30개의 팀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팀은 15명의 선수로 구성되어 있다. 즉, 전 세계 농구선수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450명만이 NBA 리그를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한국 선수 중에서는 아직도 하승진 선수를 제외하고 NBA를 경험한 선수가 없으니 그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는 짐작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과연, 그 450명의 선수 중 일반 대중들이 아는 선수는 몇이나 될까? 많이 잡아도 50명일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의 수많은 농구 선수 중 일반 대중이 알 정도로 유명한 선수는, 다시 말해 사다리의 꼭대기에 위치한 선수는 50명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사다리를 오르는 사람은 누구나 사다리의 위를 향해 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거의 대부분은 사다리의 꼭대기가 어디인지도 평생 알 수 없다. 그런데 관점을 바꿔서 사다리를 바라보자. 내가 타고 있는 사다리는 누가 세웠을까? 사다리를 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사다리를 안 타고 그냥 관망하는 사람은 없을까?
위로 올라가기 경쟁에서 패배하고 사다리 중간에서 헤매고 있던 나는.. 이 궁금증을 해결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보고자 사다리에서 탈출하기로 마음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