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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y 30. 2024

ep. 4

나의 x에게



제게는 당신이 그랬습니다.






한 뼘은 큰 교복을 입고 두려움이 가득했던 교실 문을 열어

맨 앞줄에 앉아있던 그녀에게 첫눈에 반했습니다.

아니, 사실 그녀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제 첫사랑이자 짝사랑은 시작된 거 같아요.


중학교 3년 내내 7번의 고백을 했고 7번 다 차였습니다 ㅎ

반항적이고 날이 서 있는 그때의 저가 감히 넘볼 수 없는 이쁘고 공부도 잘 하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래도 계속 그녀 곁을 멤돌았습니다.


10년 뒤, 병실에서 떨리는 첫 연락을 했고

며칠 동안 밤새 문자를 나눴습니다.

148cm의 첫사랑은 178cm가 돼서야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밤새 눌러야 하는 무통주사와

걸을 의지가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그녀를 만난 뒤로 다시 걷고 싶어 졌어요.

마중 나온 그녀의 차를 타고

보조기 낀 다리로 한강공원에 벚꽃을 보러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저보다 앞서 뛰어나가 천천히 걷는 저를 사진 찍어주던 그녀의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러웠습니다.


그 시절 그녀는 제 세상의 전부였으니까요.


자라난 키만큼 생각의 크기도 자랐으면 좋겠지만

모든 것이 서툴렀던 저는 그녀를 떠나보냈습니다.

참 많이 아파했습니다.

참 많이 두려워했어요.

세상에 한 걸음 내딛을 용기가 나지 않았거든요.


누군가를 만나도 그녀 생각이 났습니다.

단 하루도 그리워하지 않은 적 없었던 것 같아요.

저조차도 저를 사랑하지 못할 때, 저를 사랑해 준 유일한 사람이었거든요.

그래서 참 미안하고 아직까지도 고마운 감정이 있네요.


누군가 그녀를 만난다면,

많이 웃겨주라고 말하고 싶어요.

재밌는 사람이 이상형인지라

그녀가 웃는다면 벌써 반은 마음에 들었다는 거예요.


편지를 자주 써주세요!

이성적이고 시크하기도 한 사람이지만

말로 다하지 못하는, 글로써만 전할 수 있는 표현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화가 났을 때는 그냥 잠시 연락을 멈추는 것이 좋아요.

혼자 생각정리를 하고 그다음에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

시간을 천천히 주세요.

성미가 급한 저는 그러지 못했거든요.


작은 파도에도 흔들리는 저를 이해하기가 참 어려웠을 거예요.

가끔 그녀의 말에 상처도 받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많이 어렸구나 싶어요.


이 글을 읽는 그대는

재밌고, 단단하고,

그녀가 기댈 수 있게

기꺼이 어깨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이길 바라요.






환승연애

나의 x에게 썼던 편지들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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