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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결 May 19. 2024

ep. 3

나무



<무슨 나무가 될지는 가리지 않으련다>






드라이브 스루로 미트 파이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돗자리를 챙겨 공원으로 향했다. 평소대로라면 침대일체를 하거나 카페에 가서 깜박이는 스크롤을 바라보며 글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겠지만 새롭게 합류한 독서 모임에서 책을 읽어야 하는 당위가 생겼기 때문.

나무 그늘 진 곳을 찾아 자리를 피고는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을 보며 사 온 빵을 먹다 문득 고독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다.


홀로 있는 듯이 쓸쓸하고 외롭다 뜻하는 단어 고독. 이제는 제법 익숙한 듯이 나를 스치는 것 중 하나가 돼버렸다. 과거에는 고독을 떨치려 누군가를 만나보기도 하고, 억지로 채워지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여행을 다녀보기도 했지만 고독의 심연으로 빠질 뿐 근원적인 감정 앞에서 무릎 꿇는 건 언제나 나였다. 그렇게 고독을 알고 싶어 탐구했고 글을 읽었다.




이양하 시인이 쓴 교훈적 수필집 ‘나무’의 본질적인 속성은 고독이라 말한다. 새와 달, 그리고 바람이라는 친구들이 있기는 하지만 4계절 내내, 그리고 밤낮으로 변함없이 곁을 떠나지 않은 고독에서 ‘나무’는 어느 순간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도 불만을 표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현재를 즐기는 존재가 된다.


구절의 끝 <무슨 나무가 될지는 가리지 않으련다>라고 방기하는 뜻 또한 욕망에 사로잡혀 허덕이는 인간의 본성과 대비해 나무는 만족할 줄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고독을 의젓하게 견디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너그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필자는 나에게 전달하고 있다.




새벽마다 덮치는 감정들 앞에서 무너질 때면 난 그들을 정면해 질문을 던진다. 헛된 욕망의 크기가 크지 않은지, 그리고 살아낸 하루에 감사하지 않았는지. 그러면 비관이 지나가고 지극히 평범한 하루에 감사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잠에 들고 해의 시작점에서 눈을 뜬다.


고독을 떨칠 수는 없겠지만 의연해져야 한다. 알면서도 넘어지겠지만은 잊어서는 안 되는 건 찬란하지 않을지라도 나의 삶은 잔잔히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홀로 서야 한다.






볕뉘가 듬성듬성 그늘진 나무 밑에서

홀로서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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