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always
길거리에 나뒹구는 돌멩이도 그 쓰임새가 있기 마련이야. 하물며 유기체로 태어난 네가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 알기를. 비록 지금은 그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아도 집 밖으로 나가는 너의 하루를 응원해.
To.
머릿속을 불안감이 가득 채우고 마음마저 황폐해질 때면 책을 들고 어디론가 나가. 길거리를 걸으며, 버스, 지하철, 카페 어디서든지 활자들을 읽으며 시간을 보낸다. 마음에 와닿는 문장들을 하나둘씩 메모장에 정리하다 보면 어둑해진 하루의 끝을 마주하게 되거든. 그리곤 생각한다. 오늘 하루도 살아냈구나.
가끔은 책갈피를 껴놓고 길거리에서 사람들을 관찰하다 속으로 그들의 안부를 묻곤 한다. 머리가 희끗 해진 노인을 바라볼 때 그 시간을 살아내 줬음에 감사하고 웃음으로 길거리를 활보하는 학생들을 볼 때면 미소를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버스 창문너머로 헤어지는 연인들의 사랑에 응원을 더 해. 누군지도 모르는 이들이지만 살아냄이란 건 위대한 것 같아.
어린 시절 같이 비비탄을 쏘고, 인라인을 탔던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인생은 돈이 전부라 말하는 생각을 가진 친구였는데 처음에는 그런 생각들을 무시하고 낮게 여겼어. 단순하고 무식한 방법이라고 여겼기 때문일까. 아니면 고차원적인 삶의 가치를 그저 돈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점철되기에는 인생이 그리 단순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일까. 그렇지만 신부와 함께 서있는 녀석의 뒷모습을 보며 울컥한 감정과 함께 마음으로 말했다. 그럼에도 그 자리에 서 있어 줘서, 살아내 줘서 고맙다고.
저마다의 삶의 이유와 목적이 있겠지. 사랑, 돈, 명예, 가족, 종교 등 모두 열거하기에는 하루를 다 보내도 적지 못할 거 같지만, 그 이유를 만들고 목적을 설정해 살아주는 것에 감사한 삶이라 말하고 싶어. 다른 이의 생명에 해를 끼치는 삶을 살지 않는 이상, 우리의 삶은 숭고함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생각해. 어찌 됐든 그것들로나마 우리 삶에 원동력이 되고 비로소 우리는 사랑을 말할 테니까.
길거리에 나뒹구는 돌멩이도 그 쓰임새가 있기 마련이야. 하물며 유기체로 태어난 네가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인지 알기를. 비록 지금은 그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아도 집 밖으로 나가는 너의 하루를 응원해. 그리고 분명 산을 지탱하는 이름 모를 바위처럼 너는 너의 자리를 찾을 거야. 조금 느린 듯해도 이 삶을 사랑하자.
오늘 하루도 정말 수고했어.
From. 운정 스타벅스에서 너의 한결 :)
슬픔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모습으로 눈앞을 가로막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 그리고 믿어야 합니다. 삶이 당신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당신의 손을 꼭 잡고 있다는 것을. 결코 그 손을 놓지 않으리라는 것을.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p.s 여백이 있기에 의미를 채울 수 있거든. 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