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보내는 서른두 번째 편지

As always

by 한결



모든 감정의 응어리가 이 발톱 같아. 전부 게워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시도하는, 결국에 끝 살점을 잘라내어 내 안의 붉음과 마주해야 하는.





To.


발가락 끝 살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자라나 있는 발톱을 봤어. 언제 저렇게 자라나 있었을까. 내가 깎은 지는 얼마나 됐지. 매일 양말을 신으면서도 내 발을 쳐다볼 여유조차 없었구나 생각이 드니 씁쓸한 기분이 밀려온다. 움직이지 않으면 도태되는 세상에서 내가 무엇을 쫓고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은 채 그저 결승선이 없는 마라톤을 하는 감정인데. 쉬어가라는 친구의 말에 어느 지점에서 쉬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을 했어. 사실 난 뛰지도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지.



가려진 부분에 관심보다는 가려지지 않는 부분에 대한 관심을 더 쏟으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헝겊으로 덮어진 것들을 하나둘씩 들춰본다. 외면했던 이별, 쌓아두던 상처, 표출하지 못한 분노. 모든 게 엉켜져 한계치에 다다를 때면 가까운 이들에게 쏟아냈어. 그러곤 방문을 닫으며 후회하는 순간을 반복하다 고개를 떨궜다.



양말에 구멍이 자주 났던 이유가 여기 있었구나. 이내 발톱깎이를 찾아 흰색 여백으로 집어넣는다. 너무 바짝 자르면 살점이 닿아 아프니까 그 위에까지 살짝만 하면서도 다 자르고픈 욕망을 못 이긴 채 더 깊숙이 밀어 넣어 자른다.



모든 감정의 응어리가 이 발톱 같아. 전부 게워낼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시도하는, 결국에 끝 살점을 잘라내어 내 안의 붉음과 마주해야 하는.

조금 남겨둘 걸 하는 후회와 상처는 쓰라림의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아물겠지, 아물 거야. 그리고 알아야 해. 이 응어리는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닌 가져가야 한다는 걸.

감정의 물음표들이 느낌표가 되는 데에는 살아내는 시간이 필요하거든.

그래서 우리는 그 사이에 위로가 필요한 거야.


남겨진 발톱은 나를 위함이니까.




From. 독서실에서 한결 :)




p.s 따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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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