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always
기대가 커서 그래. 쫄지마.
주말 동안 밤새 준비한 프레젠테이션을 반도 못 보여주고 혹평을 받았을 때 C 대리님이 다가와 말했다.
팀에 유일한 동갑내기 사람. 매일 같이 밥을 먹어도 일절 사적 대화 한 번 주고받지 않은 사람. 출장을 가는 차 안에서도 1시간째 서로 말 한마디 하지 않아 팀장님께 핀잔을 들었던 사람. 그런 사람이 해준 말이라 놀라움이 더 컸다.
사실 C 대리님이랑 친해지고 싶어 나만의 노력들을 다 해봤다. 점심에 커피를 사 자리 위에 두기도 했고 팀원들 모르게 생일 선물을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갈수록 거리를 정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어 노력하기 포기했지만.
'저 남자친구 생겼어요'
여느 때와 같이 묵묵히 밥을 넣고 있는데 내게 건네었던 최초의 사적인 말이었다. 축하드린다는 말 뒤로 그동안 묵혀왔던 궁금증들이 쏟아져 국이 식어가는 줄도 모른 채 말을 이어 갔다.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요'를 끝으로 대화는 마무리 됐지만, 회사에서 나만 아는 C 대리님의 비밀을 알게 된 것 같았다.
장애물 달리기에서 첫번째 허들을 뛰어넘은 기분이었거든.
다음에 정민씨 후배 들어오면 그때 사줘요
9월은 팀이 바쁜 시즌이라 혼자 밥을 먹거나 내근 업무를 처리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꼭 W 과장님은 날 챙겨주신다. 다른 팀인데도 불구하고.
항상 얻어먹기만 하기 죄송해서 이번 커피만큼은 내가 결제하려고 카드를 내밀었지만 W 과장님의 손에 저지당했다. 본인도 신입 시절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얻어먹어서 지금은 베푸는 것이라고.
작은 배려가 쌓이면 누군가의 하루를 버티게 하는 힘이 된다. 그게 설령 손하나 움직일 힘없는 하루였을지라도.
W 과장님의 뒷모습을 보며 소리 없는 깊은 감사를 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