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always
쟤는 바보야. 바보. 회사에서 아주 유명한.
흐르는 시간 속에서 사람의 인성이 드러나는 장면들이 존재하는데 대표적으로 누군가를 험담할 때다. 영업팀 대상으로 하는 신제품 내부 피티가 끝나고 개발자들만 남아있는 자리에서 S 대리가 했던 말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내부 교육이란 건 기본적으로 전문지식이 부족한 영업팀에게 개발자로서의 지식을 넣어주는 자리인데 질문이 많은 한 분을 콕 집어 ‘쟤는 바보니까, 네가 무시해도 된다’의 어투는 이 사람 밑에서 내가 일할 수 있을까 평소 의문을 이제는 진지하게 고민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냉동실에서 꽁꽁 언 밥을 꺼내 해동시키고 먹자마자 잠들었다. 육체적인 피로도 피로지만 정신적인 피로가 극에 달해 잠을 자지 않으면 안 될 것만 같았던 상태. 자고 일어나니 예상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안부 연락이 왔다.
오늘을 버틴 삶의 선물처럼.
웬만하면 버티라고 말하고 싶은데 이건 아닌 거 같다.
정돈되지 않는 문장들이 빛의 속도로 써진다. 윤문을 하고 싶지도 않을 만큼 혼돈의 언어들. 이게 내 본심이기에 그 자체로 만족을 하지만 글로 배설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기에 친구들에게 전화를 했다. 모두가 한결같은 대답을 한다.
3개월 차 정규직 전환을 앞둔 시점. 수요 예배를 드리러 교회에 갔다.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를 채우고 증오의 감정들이 내면에서 싹트기 시작해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고 생각이 들어서.
두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감사함을 기도한다. 당연하게 누리고 있던 보이지 않는 감사와 곁에 있는 이들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삶에 지친 이들을 위한 위로까지.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때로는 담담하게 기도를 드리면 잊고 있던 다짐을 고백한다.
높고 낮음의 위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시선이 중요함을 깨닫습니다. 당신이 멈추라고 하지 않는다면, 전 사랑의 씨앗을 계속 뿌리겠습니다. 아멘.
정민이는 내가 뽑은 사람이야. 내가 책임져.
팀장님과 단 둘이 출장을 가는 차 안에서 처음으로 속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동안 변명이라고 생각해 입을 굳게 다물었는데 그런 것들을 왜 이제야 이야기하냐며 내게 미안해하셨다. 정돈된 언어로 팀장님께 차분하게 이야기하기까지 내게도 시간이 필요했나 보다.
마음속 응어리들이 조금은 떼어져 나간 기분이다. 무조건 버티는 것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아니지만 버티다 보면 후회 없는 결정을 하기도 한다. 근육통이 있어야 근육이 생기는 것처럼.
지금 난 성장통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