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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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두 번째 코로나 백신 맞는 날, 이른 아침 병원 대기실.

나이 든 사람들부터 젊은이들 까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의심 어린 눈으로 서로를 경계하며 띄엄띄엄 앉아 있다. 모두가 긴장된 얼굴이다.


어느 날부턴가 보이지도 않는 미물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갇혀 버린 인간들.

사람들과 접하는 것이 어색하고, 어쩌다 친한 사람들과 만나도 악수대신 주먹을 마주치고, 함께 식사를 하면서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앉아야 하는 세상.

국가가 주사 맞는 날을 지정해 주고, 전 국민들에게 주사 맞히는 일이 국정 최대 목표가 되어버린 이 기막힌 세상.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에서 같은 시간대에 밥을 먹었다는 죄 아닌 죄?로 콧구멍 심하게 찔리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서 칩거해야 만 하는 세상.

한 번으로는 부족해서 두 번, 세 번 백신을 맞고도 자유롭지 못한 세상.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날 세상의 슬픈 모습이 되어 버렸다. 짧은 시간에 세상이 변해도 너무 많이 변했다. 섞이며 부대끼며 사는 게 우리네 삶일진대, 그런 것들이 그리운 세상이 되었다.


백신 접종 완료배지 하나 받아 들고 병원문을 나서니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발길을 도서관으로 돌렸다.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았던 공공도서관이 얼마 전 다시 열렸다. 사람들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기 위해 두 자리 건너 한 자리씩 띄엄띄엄 자리가 배정되어 있다. 북적대던 도서관이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다. 책 속에 파묻혀 내일을 준비하던 그 많은 학우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그나마 다시 도서관이 열리고, 널찍하고 시원한 공간에서 책을 볼 수 있다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점심때가 되니, 소독을 위해 한 시간 동안 일제히 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안내방송이 들린다.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왔다. 아침을 대충 때운 때문인지 시장기가 돌았다.

도서관 근처엔 싸고 맛난 맛 집이 몇 있다. 짜장면, 선지해장국, 돼지국밥, 냉면과 라면......

무엇으로 점심을 때울까, 고민하다가 여러 유혹을 뿌리치고 내가 좋아하는 짜장면 곱빼기를 먹기로 했다. 짜장면은 늘 날 배신하지 않는다. 입맛을 다시며 짜장면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아뿔싸! 계단을 올라가니 붉은 폐업 문자가 눈에 들어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업이던 가게가 굳게 닫혀있다. 흩어져 있는 집기들이 을씨년스럽다. 코로나로 공공도서관이 닫힌 지 상당기간 흐르면서 폐업으로 이어진 것일 게다. 코로나와의 전쟁을 이겨내지 못한 세상이 여기저기서 아프게 짓밟히고 있다.


마스크 없이 사는 세상, 좋은 사람 만나면 스스럼없이 포옹하고, 옆 사람 눈치 보지 않고 맘껏 어울려 술 한 잔 할 수 있는 세상은 다시 우리 곁으로 오기는 할 건지.....

세상은 예수 이전의 시대(B.C - Before Christ)와 이후의 시대(A.D - Anno Domini)로 나뉘어 역사를 쓰고 있다.

이제는 코로나 이전의 시대(B.C - Before Corona)와 이후의 시대(A.C -After Corona )로 세상을 구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코로나 세상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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