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쓴 몸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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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기환

1.

앞니가 또 하나 부러졌다.

불안한 동거였나? 얼마 전 힘없이 앞니 하나가 부러지더니, 육십 여 성상을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의리를 지키기라도 하려는 듯 연달아 내 몸을 떠났다. 창졸지간에 앞니 두 개와 허망한 이별을 했다.

치과병원.

잇몸과 입천장에 여러 대의 마취주사를 맞고 조금은 긴장된 몸으로 수술대에 누웠다.

금속성 기계음과 사각사각 소리가 소름 돋는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이따금씩 찌릿한 통증과 전율이 함께 한 30여분의 시간이 흐르고, 임플란트 보정을 위한 1차 수술이 끝났다. 수술한 곳에서 피가 그치지 않는다. 간호사가 거즈를 입에 물려준다. 침은 뱉지말고 삼키고, 서너 시간은 거즈를 물고 있으라 한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마스크에 피가 흥건하다.


거즈를 갈아 물고 침대에 누우니 만감이 교차한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 아니 늙어간다는 것이 이런 걸까? 육십 성상 내 몸을 받들던 일부가 나를 떠나기도 하고, 탈이 나고, 약해지고 있다. 내 몸 곳곳에서 아우성치는 소리에 좀 더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지 못한 나에게 침묵의 경고를 하고 있다. 문득 삶이 서글퍼진다.

2.

앞니가 부러지고 영구로 산지 5개월여 만에 오늘 드디어 임플란트 시술을 마쳤다. 허망하게 내 몸을 떠난 앞니 두 개가 다시 돌아왔다. 입안이 얼얼하고 이물질 하나 물린 듯 어색하다. 적응되면 곧 자연스러워질 거라는 의사의 말이 아직은 의심스럽다. 앞으로는 딱딱한 음식은 물론, 과일조차도 앞니로 베어 먹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빨의 기본 기능은 사라지고, 미적 기능을 위해 시술을 마친 느낌이다.

아! 어머니가 주신 자연산 이빨의 위대함이여.....


어쨌든, 오늘 부로 다섯 달 만에 앞이빨 빠진 바보 영구를 벗어났다.


영구 없다!!


3.

어렸을 때 병치레를 많이 해서 부모님을 걱정스럽게 했다지만, 커가면서 나는 병원 출입을 그리 많이 하지 않고 살았다. 강골로 태어나진 않았어도 삶의 질을 떨어뜨릴만한 큰 병 없이 살아왔다.


퇴직을 하고, 어느 날부터인가 전혀 불편을 느끼지 않던 신체의 부위들이 묵직한 무게로 나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어깨와 허리가, 무릎이 내게 관심 좀 가져달라고 때때로 앙탈을 부렸다. 그럴 때마다 정형외과나 한의원에 들러 주사와 침을 맞으며 적당히 달래고 타협하며 지냈다. 그러면 얼마간 잠잠하다가도 불현듯, 그들의 앙탈과 함께 불편한 아침을 맞는 일이 잦았다.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있으면서부터, 자고 나면 허리가 묵직하고 뻐근한 일이 좀 더 반복되었다.

오늘 아침은 침대에서 일어나고 앉는 일이 부자연스러웠다. 하루가 지나도 통증이 가시질 않았다. 두어 달 전부터 왼쪽 어깨가 자유롭지 않아 진찰을 받아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허리까지 통증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를 찍고 진료를 마친 의사가 근엄한 얼굴로 진단결과를 내린다.

허리는 일시적 근육통일 수 있는데, 어깨가 더 문제라며 MRI를 찍어보자고 권한다. 어깨 힘줄이 끊어졌을 가능성도 있다며 겁을 준다. 힘줄이 끊어진 상태에서 오래 방치하면 수술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까지 하니 덜컥 겁이 났다. 의사와 상의한 끝에, 일단 물리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보고 사흘 후에 다시 상담하기로 했다.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먹으며 사흘이 지났다. 진행과정을 지켜본 의사가 힘줄이 끊어지진 않아 보인다며, 일주일에 한 번씩 세 번, 어깨 주사를 맞기로 했다. 한 번에 10여 만원 하는 주사를 맞는 것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힘줄이 끊어지지 않은 것만 해도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동안 나는 참으로 내 몸에 많은 빚을 졌다. 쉬고 싶다고 할 때 쉬지도 못하게 하고, 부려먹기를 밥 먹듯 해왔다. 육십여 년을 제 멋대로 부려먹었으니 몸뚱이가 어디 성한 곳이 있으랴. 얼마 전에는 앞니 두 개가 힘없이 부러지더니, 이제는 어깨와 허리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차츰 내 의지로 몸을 버티지 못하는 일들이 잦아진다. 빠진 이빨이 그렇고, 부실한 어깨와 허리가 또 그렇다.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보듬어주고, 다독거리며 살아야겠지. 그것이 지금부터의 삶이겠지.....

부정하고 싶으나, 어쩔 수 없는 현실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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