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아가라 폭포(Niagara Falls)

by 윤기환


아침 9시. 오하이오주를 벗어나 펜실베이니아주로 접어들었다. 한 시간을 더 달리자 뉴욕주 이정표가 나타나고, 곧 버펄로시가 멀지 않다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광활한 포도밭이 펼쳐진 길을 따라 북쪽으로 달려 나이아가라에 이르렀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이리호와 온타리오호를 잇는 나이아가라강 위에 자리한다. 고트섬(Goat Isleland)을 경계로, 미국 폭포와 캐나다 폭포로 나뉜다. 이과수 폭포, 빅토리아 폭포와 더불어 세계 3대 폭포로 꼽히는 나이아가라폭포는 열대지역에 자리해 365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두 폭포와 달리, 사계절의 표정을 모두 보여준다. 수량과 너비 면에서 캐나다 쪽이 더 웅장하다고 하나, 우리는 미국 쪽에서 바라보기로 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와보고 싶어 하는 나이아가라 폭포. 공원에 도착해 폭포를 향해 걸어가는데, 먼저 귀가 반응한다. 땅속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물의 굉음이 점점 가까워진다. ‘아, 드디어 나이아가라를 보는구나.’ 하는 기대가 발걸음을 재촉한다. 사진이나 영상으로 익히 보아왔건만, 눈앞에 펼쳐지는 웅장한 풍경은 전혀 다른 차원으로 나를 압도한다. 폭포의 물줄기는 땅 위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듯하다. 비디오카메라에 가족이 함께하는 순간의 행복을 담았다. 쏟아지는 물기둥이 시야를 가득 채우며 마음을 흠뻑 적신다.

웅장한 나이아가라 폭포와 ‘Maid of the Mist'


Maid of the Mist


폭포 아래까지 들어가는 유람선 배를 타기 위해 표를 끊었다. 폭포가 만들어 내는 물안개의 아름다움에서 착안했을 배 이름, ‘Maid of the Mist(안개 아가씨)’가 재밌다. 1846년 첫 운항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배라고 한다. 프로스펙트 포인트 전망대를 통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파란 우비를 나눠준다. 우스꽝스러운 차림으로 서로를 바라보다 한참을 웃었다. 복층으로 되어 있는 배는 각국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특히 위층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북적인다.

배가 출항하자 웃음은 곧 긴장으로 바뀌었다. 서서히 폭포 쪽으로 다가갈수록 굉음은 몸을 때리는 진동으로 울린다. 물보라는 비처럼 쏟아지고, 눈을 제대로 뜰 수조차 없다. 카메라를 들이댔지만, 렌즈는 순식간에 물방울로 가려진다. 물폭탄이 쏟아지는 폭포 깊숙이 들어섰을 때, 배는 용솟음치는 물살에 밀려 기우뚱했고, 위에서는 거대한 물기둥이 우리를 덮친다. 사람들의 환호와 비명이 뒤섞인 아우성이 절정에 이른다. 딸아이는 겁이 났는지 엄마 아빠를 꼭 끌어안고, 아들은 얼굴을 가린 채 소리를 지른다. 그 격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붙들고 있다.


잠시 후 배가 방향을 틀자, 굉음은 서서히 멀어지고 안도의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배에서 내리니 모두가 흠뻑 젖어 있다. 차가운 바람에 몸은 떨렸지만, 마음은 따뜻했다. 왜, 해마다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지 비로소 알 것 같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스릴을 맛본 우리 가족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다.

폭포로 들어가는 배와 물안개 속에 핀 무지개


슬픈 전설


나이아가라 폭포에는 슬픈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옛날, 이곳에 살던 북미 원주민 부족은 해마다 폭포의 신에게 제물을 바쳤다고 한다. 어느 해, 추장의 외동딸이 제비 뽑기에 뽑혔다. 추장은 공정함과 위엄을 지키기 위해 가족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를 받아들였다. 마침내 딸이 제물로 바쳐지던 날, 그녀는 꽃으로 장식된 작은 조각배를 타고 폭포를 향해 떠밀렸다. 그녀의 슬픈 절규가 물소리에 묻혀버리려던 순간, 멀리서 그녀의 아버지인 추장이 배를 타고 다가와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두 부녀는 손을 맞잡은 채 함께 폭포 속으로 사라졌다.....

돌아나오는 길, 강 위에 물보라가 햇빛을 받아 무지개를 빚어내고 있다. 찰나의 빛이 물안개 속에서 피어오른다. 문득, 먼 옛날 손을 맞잡고 사라졌다는 부녀의 넋이 저 무지개 속에 스며 있는 듯했다.


물보라 속에 핀 무지개가 슬프도록 아름답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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