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동부를 가다

by 윤기환

캐나다 국경을 넘어

나이아가라를 뒤로하고, 국경으로 가는 길 위에 섰다. 폭포의 물안개가 아직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데, 우리는 또 하나의 경계를 건너야 한다. 어제 잠시 윈저(Windsor)에 들러 입국심사를 받았지만, 국경은 또다시 우리를 멈추게 한다. 여행은 늘 설렘과 긴장을 함께 데리고 다닌다.

차례가 되어 창문을 내리니, 젊은 심사관의 눈빛이 먼저 우리를 훑는다. 몇 가지 질문이 오가고, “어제 캐나다에 입국한 적이 있느냐”고 묻는다. 두 시간쯤 머물렀다고 답하자, 그는 여권을 넘기며 “입국 스탬프가 없습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로 가십시오!” 짧지만 위협적인 말이 심장을 세게 두드린다. 만약 입국이 거부된다면 우리 가족의 캐나다 여행은 좌절될 수밖에 없다. 바짝 긴장하며 가족과 함께 사무소로 갔다. 한 사람씩 얼굴을 확인하고, 여권을 넘기고, 잠시의 정적이 흐른 뒤에야 도장이 찍혔다. 툭, 하고 찍히는 소리가 그토록 반가울 줄이야. 우리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며 차에 올랐다. 그렇게 또 하나의 선을 넘어, 캐나다로 들어섰다.

국경선을 넘어


다른 듯 같은, 같은 듯 다른......

캐나다는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 넓은 국토를 가졌지만, 인구는 3천만 남짓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대개 미국과 맞닿은 동부의 Toronto, Ottawa, Montreal, Quebec City, 그리고 서부의 Vancouver와 Calgary를 중심으로 모여 산다. 추위가 길게 머무는 북쪽은 사람의 자취보다 바람의 발자국이 더 선명한 땅일 것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오후,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은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넓은 들판, 길게 뻗은 고속도로, 끝없이 이어지는 하늘. 그러나 한참을 달리다 보니 ‘다른 듯 같은, 같은 듯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미국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들녘의 비닐하우스들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추위를 견디며 자라는 작물들의 숨결이 느껴진다. 도로 표지판은 미국의 녹색 대신 푸른색을 띠고 있고, 거리 표지는 Mile이 아닌 Km로 적혀 있다. 도시 경계선 표지판에 인구수를 적어 둔 모습도 흥미롭다. 마치 이 도시의 체온을 숫자로 알려주는 듯하다. 주유소에서 간식을 사며 10달러짜리 미국 지폐를 내밀었더니, 색색의 캐나다 지폐가 거스름돈으로 돌아온다. 미국 지폐에 비해 한층 화려하고 조금 더 큰 크기, 그리고 묵직한 2달러 동전. 낯선 화폐를 손에 쥐니, 비로소 다른 나라에 와 있음을 실감한다. 여행은 이런 사소한 차이들로 기억에 오래 남는다.

토론토(Toronto) - 호수를 품은 도시

토론토 시기와 휘장

Hamilton을 지나 Toronto로 향하는 길. 빗줄기가 잦아든다. 국경의 긴장 탓이었는지 배고픔도 잊고 달렸는데, 어느새 오후 세 시를 훌쩍 넘겼다. 고속도로 출구로 빠져나와 골프장 앞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우리 가족만의 특식, ‘양푼 비빔밥’을 만들었다. 여행지의 화려한 식당 대신, 주차장 한편에서 나누는 소박한 한 끼. 바람이 양푼을 스치고, 우리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그릇을 비웠다. 낯선 땅 위에서의 소박한 밥 한 끼로 행복을 채웠다.

토론토는 온타리오호(Lake Ontario)를 끼고 선 도시다. 캐나다 제1의 도시라 불릴 만한 규모와 위용을 갖추었다. 도심으로 들어서자 퇴근 시간과 겹쳐 도로는 차량들로 빼곡하다. 단정하게 정돈된 빌딩 숲 사이로 자동차의 행렬이 이어지고, 하늘을 찌르듯 솟은 CN Tower가 눈에 들어온다. 도시가 그 탑을 중심으로 호흡하는 듯하다. Lake Shore Road를 따라 달리자, 호수가 시야를 넓혀 준다. 온타리오호를 품은 호반 도시 토론토는 여러모로 시카고와 많이 닮아있다. 하지만, 토론토는 조금 더 단정한 숨결이 감돈다.

시내를 한 시간 남짓 차로 돌았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퇴근길 도심은 여전히 부산하다. 딸랑딸랑 소리를 내며 달리는 빨간 전차가 이국적인 멋을 더한다. 우리는 토론토를 ‘스쳐 지나간 도시’로 기억하기로 했다.

호수를 품은 토론토의 스카이라인과 빨간 전차


Kingston으로 향하는 밤길, 다시 비가 내린다. 축축한 어둠 속에서 헤드라이트 불빛만이 길을 밝혀 준다. 작은 항구도시 Trenton에 이르러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월마트에서 물과 간식을 사고, 치킨으로 저녁을 대신했다. 숙소의 세탁실에서 돌아가는 세탁기 소리가 밤공기를 채운다. 아내는 묵은 빨래를 정리하느라 늦도록 손을 놓지 못한다.


여행 5일째 밤. 설렘 위에 고단함이 차곡차곡 쌓여 간다. 그러나 이 고단함마저도, 돌아보면 따뜻한 기억이 되리라. 우리는 또 하나의 낯선 도시에서 잠이 든다. 밤 비가 조용히 창문을 두드리고 있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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