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와, 몬트리올

by 윤기환


Ottawa ― 강이 감싸 안은 수도

아름다운 ‘천 섬’을 뒤로하고 우리는 오타와로 향한다. 수도라기엔 너무.조용하고, 대도시라기엔 한결 단정한 얼굴을 한 도시. 오타와의 첫인상은 어제 봤던 토론토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인고의 세월을 견딘 고목의 품격처럼 기품이 있어 보인다. 시내 중심에 우뚝 선 Parliament Hill은 그 기품의 중심이다. 거무스름한 석조 건물들이 낮은 하늘 아래 단정히 늘어서 있고, 그 뒤로는 강물이 느리게 흐르며 도시를 감싸 안고 있다. 강을 품은 도시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의회 건물 투어를 위해 한 시간을 기다렸다. 줄을 선 사이, 앞에 서 있던 동양인 청년이 딸아이의 재잘거림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말을 건네니,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한다는 중국계 2세라고 한다. 아이가 영어를 잘한다며 칭찬해 주는 그의 미소가 인상 깊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낯선 이와의 짧은 대화는 늘 묘한 온기를 남긴다.

19세기 후반에 세워지고, 화재를 딛고 다시 복원되었다는 의회 건물은 시간의 두께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대리석 기둥, 천장의 문양, 벽에 남은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 특히 화재 속에서도 살아남았다는 도서관은 한 나라가 무엇을 지켜내고 싶어 했는지 조용히 말해주는 듯하다. 전망대에 올라 내려다본 오타와는 화려하지 않지만, 잔잔하고 고요하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오타와 시내와 의회건물


거리에는 유럽풍 카페들이 자리해 있다. 카페에서 차 한잔하고 있는데, 축제를 알리는 가장행렬이 지나간다. 수십여 명의 행렬이 우스꽝스런 몸짓으로 지나가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한다. 그들이 불어대는 금관악기 소리가 거리에 가득하다. 모습이 재밌어 손을 흔들어 주니, 웃으며 화답한다. 축제를 알리는 그들의 몸짓이 요란하기보다 정겹다.

도심을 한 바퀴 돌며 느낀 것은 ‘안정감’이다. 한 나라의 수도이면서도 소란스럽지 않고, 오래된 주택들은 세월을 조용히 견디고 있다. 오타와는 거대한 나라의 중심이라기보다, 역사를 차분히 보관하는 서재 같은 느낌을 주는 도시로 기억될 것 같다.

도서관, 거리 행렬, 거리 카페

Montreal ― 비에 젖은 기억


오타와를 떠나 몬트리올로 향하던 길, 밤 9시가 넘어 모텔에 들어서니 주인이 중국인이다. 오늘은 중국인과 인연이 깊다. “한국인이냐”며 특별히 내준 ‘스페셜 룸’에는 작은 싱크대와 소파가 놓여 있다. 여행길에서의 작은 호의가 고맙다.


모처럼 김치찌개를 끓였다. 낯선 타지에서 맡는 김치찌개 냄새가 묘한 감정을 부른다. 마트에서 산 돼지고기를 넉넉히 넣고 끓인 찌개를 안주 삼아 소주 한 잔을 곁들이니 행복이 잔잔한 물결처럼 스민다.

아침에도 비는 그치지 않는다. 몬트리올로 들어서는 도로 표지판에는 영어와 불어가 함께 적혀 있다. 두 언어가 공존하는 낯선 도시를 돌며 조금은 다른 공기의 결을 느낀다. 비는 더욱 굵어지고 있다.

다운타운은 젖은 아스팔트 위로 차들이 엉켜 있다. McGill University 주변의 거리에는 오래된 건물들이 비를 맞고 서 있다. 붉은 벽돌은 빗물에 더욱 짙어졌고, 회색 하늘 아래 도시의 색감은 한 톤 낮아졌다.

비에 젖은 몬트리올 도심 거리


‘몬트리올’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것이 1976년 Montreal Olympics이다. 양정모 선수가 자유형 레슬링 금메달을 따던 장면을 보며, 온 국민이 텔레비전 앞에서 숨을 죽이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그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며 올림픽 경기장으로 향했지만, 빗줄기는 시야를 가릴 만큼 거세다. 결국 차 안에서 바라본 채 발길을 돌렸다.


비 내리는 도시 여행은 왠지 미완성의 인상을 남긴다. 맑은 날의 몬트리올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지만, 젖은 거리와 빗속의 건물들도 이 도시의 또다른 얼굴일 것이다. 짧은 시간 둘러본 몬트리올은 언어가 섞이고, 문화가 겹치는 도시, 화려하게 다가오기보다는 천천히 스며드는 도시, 비와 함께 한 도시로 남을 것이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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