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숨결이 머무는 곳, 하버드 대학교

by 윤기환

서둘러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미국 최고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하버드 대학교다. 1636년에 설립되어 미국이라는 국가의 탄생보다 앞서 뿌리를 내린 이곳은, 존 F. 케네디를 포함한 8명의 대통령과 수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며 인류 지성사의 거대한 줄기를 형성해 온 곳이다.


하버드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약 1,500만 평방미터(약 4,500만 평)에 달한다는 부지는 단순히 대학이라는 단어로 담아내기 부족하다. 한국의 대학들처럼 경계 짓는 울타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학교 자체가 하나의 도시이자 역사가 되어 흐르고 있다. 캠퍼스 중앙을 가로지르는 찰스강의 운치가 부드러운 서정성을 더해 준다.

도시와도 같은 하버드 캠퍼스


하버드 야드(Harvard Yard)에서의 바람

가장 먼저 대학의 심장부인 '하버드 야드(Harvard Yard)' 발길을 옮겼다. 늦은 시간 탓에 가이드 투어는 놓쳤지만, 고요함 속에 잠긴 캠퍼스는 오히려 더 깊은 대화를 건네는 듯하다. 대학의 기틀을 마련한 존 하버드(John Harvard) 동상 앞에 서서 아이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유서 깊은 교정의 공기를 마시며,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을 꿈꾸길 바라는 간절함을 마음으로 기도해 본다.


하버드 야드의 하버드 동상


세월이 빚어낸 궁전 같은 교정

캠퍼스를 둘러보는 내내 나는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느꼈다. 울창한 나무와 푸른 잔디, 그리고 그 속에 안긴 고풍스러운 붉은 벽돌 건물들은 학교라기보다 차라리 어느 아름다운 궁전의 정원 같다. 수백 년의 세월을 견뎌온 건물들은 그 자체가 하나의 기록물이고 정신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득 우리나라 대학들의 풍경이 겹쳐지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다. 여백의 미 없이 빼곡하게 들어선 현대식 건물들 사이에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전통의 무게'가 무엇인지 자문하게 된다.


Science Building의 강의실과 컴퓨터 랩(Computer Lab) 등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잔디밭에 앉아 바삐 걸어온 하루의 끝을 즐긴다. 서녘 노을이 캠퍼스를 붉게 물들이고 있다. 하버드 교정 투어는 단순한 관광이 아닌, 인류의 지성이 걸어온 길을 따라 걸어 본 소중한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캠퍼스의 건물들

짧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어둠이 짙게 깔린 보스턴 시내를 뒤로하고 뉴포트(Newport)로 향한다. 청교도들의 첫 기착지인 케이프 코드(Cape Cod)를 들르고 싶었지만, 시간의 제약 앞에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다.


I-95번 고속도로를 달리며 늦은 밤 겨우 찾아낸 로드아일랜드의 작은 숙소에 여장을 풀었다. 지치고 피곤한 몸이 쑤시고 저려온다. 그래도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했다는 안도가 평온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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