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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뜰아이들 May 07. 2023

16년 만에 등단했습니다

변윤제 01 / - 2021년을 되돌아보며

시작하며


나는 변윤제다.

시를 쓰는 사람이고.

동시에 청소년소설과 웹소설을 창작한다.

또한, 뜰아이들의 일원으로 브런치에서 이렇게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초보 작가로서 살아가는 일에 대해서 적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하였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아니라면 또 언제 적을 수 있을까.

시작하는 사람의 무모함으로 지금의 감정과 마음을 솔직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16년 만에 걸려온 전화


2021년으로 돌아가보자.

여름이었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을 때, 낯선 번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모두 예상했겠지만 그 전화는 당선 소식을 알리는 전화였다.


'변윤제 작가님, 맞으세요?'라는 건너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전화가 당선 소식을 알리는 전화라는 사실을 말이다. 왜냐하면 '변윤제'는 나의 필명이며, 오직 한 군데에만 보낸 이름이었다.

그 전화를 건 곳은 문학동네 편집부였고, 전화 건너편의 발신자는 심사 업무를 담당하는 편집자님이었다. 


그러니까 그 전화는 내가 2021 문학동네 신인상 시 부문 당선자라는 사실을 알리는 당선 전화였다.


이후의 일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그때, 나는 카카오페이지 넥스트페이지 7기 작가에 선정되어 웹소설 론칭을 준비하고 있었다. 동시에 한 학회의 간사 업무를 맡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소설, 연구, 시, 다양한 분야의 원고를 살펴야 하는 날들이었다. 


당선 소감과 시 원고의 교정을 주고받을 때 즈음엔 새삼 깨달았다. 당선의 기쁨이 진지하게 처리해야 하는'일'이 되었다는 사실을. 한 글자, 한 글자도 소홀히 다룰 수 없었다. 우스운 것은 동시에 아직은 '아무것도 벌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나의 당선작은 발행되지 않았고, 나의 웹소설도 론칭되지 않았다. 간사의 역할은 학회의 뒤에서 진행되는 일이었다. 바쁘고, 정신없는 날들이었지만 그 실체감을 얻는 게 쉽지 않았다.



당선작이 수록된 책이 발간된 후에야, 묵직한 당선의 실체를 손에 들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운이 좋게 등단과 관련한 특강을 진행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지금도 인터넷에 떠도는 그 영상에서 했던 말 중 하나가 당선에 대한 생각을 스스로 정리하게 만들어주었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나는 열여섯 때부터 시를 썼다. 그리고 서른두 살에 등단하였다. 과연 16년 전의 중학교 3학년에게 찾아가,

 <너는 16년 후 문학동네에서 등단하게 될 거야. 시인이 될 수 있어. 하지만 그 시간은 16년이 걸릴 거야.>

확실하지만 막막한 약속을 건넨다면 그 아이는 시를 계속 써나갔을까?


모르니까 쓸 수 있다, 모르니까 살 수 있다


단언하건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상은 말했다. '사람이 비밀이 없는 것은 재산이 없는 것처럼 가난하고 허전한 일이다.' 나는 인생에 몰라야 하는 일, 몰라도 좋은 일, 이를테면 '비밀'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열여섯의 나에게 시 쓰기란 그렇게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시인을 업으로 살고자 한 적도 없다. 그것은 고등학교 때에도 마찬가지다. 어찌어찌 예고 문예창작과에 진학했지만, 시인이 된다거나, 시를 평생 쓰겠다고 결심해 본 적은 없다. 그 시기에, 한 후배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시를 써서 좋아요. 평생 할 수 있는 일이 생겼으니까요.'


그 애의 말간 얼굴이 기억난다. 나는 그 애가 부러웠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할 수 있었을까. 시가 평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아등바등 썼고, 재능이 넘치는 사람들 앞에서 좌절했다, 그저 최선을 다 하자는 생각으로 썼다. 이 쓰기를 통해 최선 이상의 무언가를 바라기엔 자신이 없었다.


등단 직후엔 등단에 대한 글을 쓰지 않았다. 기회가 없기도 했지만, 굳이 써야 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글을 쓰고, 삶을 살아간다. 나의 시간보다도 더 오래 절차탁마하여 작가가 된 선배, 후배도 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의 끝에 나의 16년을 적는 것을 사양하고 말았다.


그러나 2021년으로부터도 2년이 지난 지금은 이런 결론에 이르렀다.

등단에 대한 얘기를, 등단 이후에 관한 얘기를 적을 수 있는 가장 덜 쑥스러운 날은 바로 오늘이라고.


내가 초보 작가로서 문단과 여러 플랫폼, 출판사, 그리고 다양한 기관에서 겪은 경험을 털어놓고자 한다.

그렇다고 무슨 '고발'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초보 작가의 좌충우돌 문학판 적응기> 정도로 읽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브이로그를 보는 것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준다면 무한한 기쁨을 느낄 것이다. 이 글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알 것 같다. 


모르니까 쓸 수 있다. 모르니까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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