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차를 샀습니다.
가만히 서 있는 차를 볼 때마다 가슴이 살짝 두근거리는 게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그러다 차를 조금 꾸며보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열심히 검색을 해봅니다. 다양한 차 액세서리가 뜹니다. 휴대폰 거치대, 핸들 커버 등 줄줄이 뜨는 물품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특히 눈에 띄는 제품들이 있습니다. 바로, 차 문이며 내비게이션이며 각종 마감재에 흠집을 방지한다는 커버들입니다.
순간 ‘아! 커버를 씌우면 깨끗하게 더 오래 쓸 수 있겠네?’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또 이런 생각이 듭니다.
‘깨끗한 채로 유지되는 건 그 커버 안쪽에 있을 때 만이잖아?’
‘그럼 그 커버에 생채기가 나면 또 새로운 커버를 씌워야 하나?’
참으로 아이러니합니다.
본래의 모습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가짜인 커버를 수시로 바꿔가며 씌운다는 게 말이죠. 그 깨끗하고 순수한 본래의 모습은 생채기 없는 모습 그대로 한 번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다니? 이게 무슨 소용일까요?
그래서 결심합니다. 아무것도 사지 않기로! 새 차는 말 그대로 새것입니다. 그 위에 뭔가를 감싸 새것의 신선함을 감추는 것은 어리석은 짓입니다. 뭐든 열심히 쓰고 생채기도 나야 진짜로 쓰임을 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너무 소중한 것은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다루곤 합니다. 본래 투명하고 깨끗한 유리의 표면을 두껍고 단단한 시멘트로 감싸 보호하려고 하기도 하죠. 특히 자식을 너무 사랑하는 부모들은 아이를 상처 하나 없이 키워내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보호만 받고 자란 깨끗한 유리 같은 아이들은 외부의 충격이 아닌 내부의 상처로부터 쉽게 깨지기 마련입니다.
새것에 생기는 상처들은 소중한 인생의 경험이 되고, 그 경험이 쌓이고 쌓여 인생을 단단하게 만들어줍니다.
맞습니다. 새것은 그 쓰임에 맞게 아낌없이 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