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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덜어낼수록 더 단단해진다

4번째 책 출간기

by 책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평생 한 권의 책을 내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렇게 매일 썼습니다. 잘 쓰지 못하지만 꾸준히 쓰는 것을 재능이라 여기며 한 걸음씩 내디뎠습니다.


어느새 내 이름을 단 네 권의 책을 마주합니다. 모든 것이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신간 <삶은 덜어낼수록 더 단단해진다>의 프롤로그로 책소개를 대신니다.



프롤로그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은 수시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합니다. 그런 압박감은 좀처럼 떨쳐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 채 좀 더 나은 조건의 직장을 찾아 나서고, 어제보다 늘어난 체중에 부리나케 식단을 조절합니다. 또 새로 출시된 전자기기를 사기 위해 기꺼이 줄을 서고, 유행하는 취미를 즐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에 몰두하는 자신의 모습은 과연 자연스러운 걸까요? 한때는 저도 그랬지만, 이제 저는 노자의 『도덕경』을 통해 새로운 삶을 꿈꾸고 있습니다. 바로 깨닫고, 낮아지고, 비워내며, 다시 채우는 삶입니다.


그렇다면 노자의 『도덕경』은 도대체 무엇일까요?노자는 춘추시대 초나라 사람으로 도가의 창시자로 불립니다. 노자가 지었다고 전해지는 『도덕경』의 핵심 사상은 ‘인위를 가하지 않은 자연법칙을 따르는 것’, 즉 무위자연(無爲自然)입니다.그런데 내달리듯 살아가는 인생에서 억지힘을 빼라는 무위자연 사상은 자칫 현실에 안주하라고 종용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타고난 본성을 깨닫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되찾는 일이야말로 온전히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사람은 자연스럽지 않은 일을 할 때 무리해서 힘을 쓰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이 계속되다 보면 몸과 마음에 부담감이 쌓여갑니다. 이 부담감은 점차 자기 능력을 발휘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 어느 순간부터 우리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합니다. 결국 인생에서 자연스러움이 사라지는 순간, 만족도 쉼도 없는 허울뿐인 삶을 살게 되는 것입니다.


광풍은 아침 한나절을 불지 못하고소나기는 하루 종일 내리지 못한다.누가 비바람을 일으키는가? 천지자연이다.천지자연도 부자연스러운 일은 계속할 수가 없거늘,하물며 사람의 일은 어찌하겠는가?


故飄風不終朝(고표풍부종조)驟雨不終日(취우부종일)孰爲此者天地(숙위차자천지)天地尙不能久(천지상불능구)而況於人乎(이황어인호)- 『도덕경』 제23장


노자는 몰아치는 광풍과 소나기도 하루를 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흐름을 거스르는 부자연스러운 것은 오래 가지 못하는 법입니다. 그러니 평온한 일상을 유지하려면, 삶에 부자연스러운 것들을 덜어내야 합니다. 자연스러운 삶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을 낮추는 일입니다.


노자는 상선약수(上善若水) 즉,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라고 했습니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 가장 낮은 곳에 머뭅니다. 물은 막히는 길을 만나면 에둘러 가거나, 잠시 고여 있다가 몸집을 키워 장애물을 넘습니다. 그렇게 물은 아래로, 아래로 흐릅니다. 물처럼 자신을 가장 낮은 곳에 두어야, 마음속에 과학 욕심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만족을 모르는 삶은 남과 자신을 시도 때도 없이 비교하며 허상을 좇게 만듭니다. 그러다 결국 욕심은 욕망이 되어 일상에 부자연스러운 것이 넘쳐 나게 됩니다.


삶은 예측할 수 없는 것투성이이기에, 늘 불안합니다. 하지만 노자는 이런 불안한 삶을 조금 다르게 받아들입니다. 노자가 말하는 자연의 법칙을 받아들이면, 지금 불어닥친 광풍은 언젠가 순풍이 되리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렇게 낮아지고 비워낸 마음에 희망을 채우면 됩니다.


정말 큰 사각형에는 모서리가 없다.

大方無隅(대방무우)- 『도덕경』 제41장


하나의 사각형을 무한히 넓게 확장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러면 면과 모서리의 구분이 사라집니다. 반대로 어떤 문제에 매몰될수록 부드럽고 무딘 면이 날카로운 모서리로 변하게 됩니다. 문제를 만드는 이도, 그리고 그 문제를 날카롭게 벼리는 이도 결국 자신입니다. 다시 눈앞의 일을 끝없이 확장해 봅시다. 그러자 날카로운 모서리는 사라지고 난제라고 여겨졌던 그 일도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 됩니다.


노자의 『도덕경』은 인생의 자연스러움을 되찾기 위한 노력입니다. 그 노력만큼은 무위가 아닌 애써 힘쓰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삶에 자연스러움이 온전히 자리 잡아 진정한 무위의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5년 7월, 이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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