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

by 팔방

내가 둘째를 낳으려고 했던 이유는
막연하게 둘 이상을 낳아야 하는 것도
첫째를 위해서도 아닌
그저 우리 부부의 아기를 보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대부분 첫째의 가족을 만들어주기 위해
둘째를 가져야겠다고 말한다.

나는 언제나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둘째는 태어나기 전부터 첫째의 친구의 역할이 되어야만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니 이해하기 싫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둘째이기 때문일지도.

단지 나는 아기가 보고 싶었고
또 다른 우리를 만나고 싶었을 뿐이다.

첫째 둘째 셋째...

한 생명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살아가다 보면
각자의 성향에 맞게 상황에 맞게
그의 맞는 역할은 분명히 주어질 것이다.
그렇지만, 그전에 본질적으로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해주고 싶다.
누구의 언니, 오빠, 형이 아닌
누구의 동생이 아닌 그저 '나 자신' 그 자체로
소개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럼 좀 더 편하고 자유롭게 성장하면서도
'나 자신'을 사랑하면 가족애는 분명 뒤따라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작가의 이전글나의 킵고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