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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향림이 언니 최윤순 Feb 18. 2023

여전히 도전하는 액티브 시니어들.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었지 뭐야?'라는 책을 읽고 나서



   5년 차 황혼 육아 중이다.

며칠 전 도서관을 밥 먹듯이 다니는 한 후배는 내가 생각났다며 '진짜 멋진 할머니가 되었지 뭐야?'라는 책과 목차를 사진 찍어 보냈다. 주황색과 파랑색으로 된 책 표지의 색감도, 일러스트도 재밌어 보였다. 요즘 3명의 손주들과 감정 소모로 지친 나에게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는 반가운 마음에 책을 선뜻 빌렸다. 할머니라는 단어에 혹했고 육아하는 팁이나 에피소드를 상상했다. 작가는 아들, 딸이 필요로 할 때만 손주들을 돌봐주고 짭짤한 수고비까지 받는 프리랜서란다. 나는 10살, 7살, 3살 삼 남매를 마치 3 복식학급 담임교사처럼 돌보고 있다는 사실, 나와는 상황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 또한 김 원희 작가는 나처럼 액티브 시니어이지만 내가 그렇게 갈구하는 여행을, 그것도 해외 자유 여행을 하고 있었다. 100세에도 지팡이 대신 캐리어를 끌겠다는 다짐에선 허리 꼿꼿하게 세우고 정면을 응시하는 당당한 발걸음이 연상되었다. '작가님! 짱 멋져요'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나도 글쓰기 동아리 활동, 골프운동, 라인댄스하면서 몸과 마음을 열심히 다지고 있는 액티브시니어다. 하지만 황혼육아로 나의 자유로운 날개를 저당 잡혀서 무척 안타깝다. 어떻게 해서든 현재 내 상황을 타파해서 나만의 부가가치를 만들어 창출하고 싶다.


  작가는 대부분 여행객들이 다니는 명소 탐방하듯 한 그런 패키지여행을 다니는 게 아니다. 예쁜 시가지나 마을, 힐링 공간을 직접 찾아 개척하며 여행하고 꾸준히 집중할 수 있는 일거리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구청 복지관에서 노인들 컴퓨터 선생님이시다. 그 강좌에서 컴퓨터를 잘 모르는 노인들에게 이 메일 보내기, 스마트폰 활용법, 키오스크로 주문하기, 등을 가르칠 거라 상상한다. 우등생은 공부 못하는 친구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만약 젊은 강사가 그 강좌를 맡았다면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것이다. 하지만 수강생과 동년배인 김 원희 선생님이 가르치시니 똑같이 눈도 잘 안 보이고, 귀도 덜 들리고, 어떤 분은 말이 어둔해도 그냥 이해가 될 것 같다. 그래서 느려도 다그치지도 않고, 느긋하게 기다려 줄 수 있으며 그 자리에 출석한 것만으로도 마냥 감사할 일이다. 수강자의 심정을 헤아려줘서 수강자도 선생님도 편안한 수업이라서 더 좋을 것 같다.



" E 티켓( 모바일로 발권된 전자 티켓)을 잘못 보고 ‘하루를 벌었다.  이 사건은 ‘나이 든 세포를 충격요법으로 일으켜 세워 젊음의 활력을 주는 것 같다. 생각해 보니 나이들 수록 이런 신선한 체험은 필요하다. 안 쓰던 뇌와 뒷목을 쓰는 차원에서 이런 상황을 마사지로 여기기로 했다."   P 34.


나이 들어 잘못된 정보 인식, 건강 악화로 뒷목 잡을 일이 충분히 일어날 것 같아 공감이 된다. 이 부분에서 호기심 많은 나는 신선한 체험을 위해 여기저기서 열리는 강좌를 듣는 방법을 택한다. 그러다 보니 비슷한 분야에 관심이 있는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타인의 삶을 잠깐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듯해 좋다.


 "푸른 동굴 카프리 섬에서 팁을 줄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하는 Bravo, my tip"   P 58.


이 부분은 나의 최초 해외여행에 대한 추억을 소환했다. 30대 때에 가족의 양해를 구하고 친구와 둘이 미국 서부여행을 갔었다.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Tip문화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했던 행동이 떠올랐다.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가이드 안내로 다녔다. 친구는 피곤하다며 잠을 자고, 자유 시간이 허용되어 몇몇 젊은이들과 사막에 세워진 거대 도시 라스베가스 투어를 하게 됐다. 그 당시 라스베가스는 너무 더워서 상가 캐노피에서 가로등처럼 안개가 분사되는 스프레이가 나와 더운지도 모르고 다녔다. 그걸 보는데 정말 신기했고 선진국의 위엄을 감지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하고 체험해서 아이디어를 얻고, 그 나라의 유형 또는 무형의 유산, 유물, 문화, 그곳 사람들의 생각을 담아 오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호기심 많은 나는 라스베가스의 밤거리를 놓칠 수 없어 이집트 관, 이슬람 관, 유럽 관, 터키 관, 한국 관 등을 샅샅이 뒤졌다. 발이 퉁퉁 불어 터지도록 투어하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자정이 넘어서야 택시를 탔다. 기사님의 온화한 미소까지 받았지만 팁도 안 주고 잔돈까지 야무지게 받아왔던 기억이 선명해 웃음이 난다.


   " 일본 젊은이의 ‘we are all friends.’ 말에는 황홀감이 있었다. 청년의 한 마디가 60년 굴곡진 인생의 보상처럼 느껴졌다. 청년의 목소리로 들은 ‘We are all friends.’ 귓가에 오래 맴돌다, 뒤늦게 나의 목소리로 '인생은 아름다워'가 되었다. "  P77


이 표현을 보자 난 작가의 관점은 다른가? 주옥같은 시적인 이런 표현은 어디 비밀 장소에 저장해 두고두고 꺼내 사용하고 싶다. 그렇지만 내 머릿속은 더 이상 기억 창고 역할을 잘할 것 같은 믿음이 없다. 어느 날 친구가 자유여행하게 문화센터에서 영어공부를 하자고 간곡히 제안했다. “뭔 소리? 가이드가 안내하는 패키지면 몰라도, 이 나이에 자유여행하자?”라고 손사래를 쳤었다. 이 글을 읽고 '자유여행을 위해 영어공부를 해볼까?' 내 마음이 흔들렸다. 이처럼 독자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공감되는 글, 생동감 넘치는 글을 나도 간절히 쓰고 싶다.


  "이제 노년은 누구의 보호대상이 아니다. 이젠 자녀에게, 세상에 도움의 손길을 기대할 시대가 아니다. 다리가 아파도 묵묵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P149


이 글에는 힘이 있다. 나는 이 부분은 나에게 두 주먹 불끈 쥐고 무슨 험난한 일이 일어나도 노년의 생활을 지혜롭게 헤쳐 나아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 한 편의 시였다.


 " 작가가 독서를 좋아하는 이유는 책 속의 공간, 책 속에 묘사된 그곳의 하늘과 식당, 기차역, 사람들의 은밀한 사랑과 모험, 지친 삶을 위로해 주고 그곳에 있을 때의 환희를 상상한다."   P194


독자인 나도 작가  따라서 자주 지나가는 곳에 있는 스마트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해봤다. 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고 흥미로운 삶을 살아가는 놀라운 사람을 만나고 싶다. 요즘 해외여행은커녕 국내 여행? 아니, 고개 들어 온전히 하늘을 응시해 본 적이 있었던가? 자연이 주는 그런 놀라운 치유의 힘을 느끼고 살고 있는가?

 나도 떠나서 충전하자!

그리고 따뜻하고 도량 깊은 마음으로 돌아와 손주들 육아에 진심으로 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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